'비대위 전환' 속도 내는 與..이준석 "끼리끼리 욕하다가" 강력 반발 (종합)

박지영 기자 2022. 8. 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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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는 5일·9일 상임전국위·전국위 개최
다음 지도부 임기 2년..사실상 이준석 해임 선고
이준석 "내부총질 당대표 바뀌니 잘한다더니" 강력 반발
최재형·조해진·하태경 "비대위 전환 근거 없다"

당내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이 3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이견이 터져나오는 한편, 비대위로 전환될 경우 사실상 해임될 확률이 높은 이준석 대표도 강력하게 반발하며 혼란에 휩싸였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상임전국위를 5일 오전 10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개최하겠다”며 “(개최) 3일 전에는 공고하게 돼 있는 전국위의 경우 9일 오전 9시에 열어 당헌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이 당헌·당규상 비대위로 전환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 맞는지 유권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상임전국위를 열어야 한다. 비대위로 결론나면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명시된 당헌 96조의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가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당헌 개정안은 전국위에서 의결에 부치게 된다.

서 의원은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의원은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즉시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권한을 가지게 된다”며 “자동적으로 전임 지도부가 해산되고 자동적으로 이준석 대표도 제명이 된달까, 해임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 복귀를 전제로 한 비대위에 대해서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 서 의원은 새로 꾸려지는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운영될 것이라 해석했다. 그는 “비대위 다음 전당대회라서 저희가 해석하는 바로는 2년 임기를 가진 온전한 지도부가 되리라 본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스1

◇‘해임’ 선고에 이준석 “끼리끼리 욕하다 지지율 떨어지니 복귀 막아”

사실상 ‘이준석 당대표 복귀 불가’를 선고하자 이 대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 사태가 아니다”라며 현재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용피셜’은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과 ‘공식적인’을 뜻하는 영어단어 ‘오피셜’을 합친 말이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징계 후 당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으므로, 비상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내부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닙니까”라며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며 비꼬았다.

또 이 대표는 “비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난 3주 동안 이준석은 지역을 돌면서 당원 만난 것 밖에 없다”며 “그 사이에 끼리끼리 이준석 욕하다가 문자가 카메라에 찍히고 지지율 떨어지니 내놓은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판단 이후에 어떻게든 (이준석 복귀 막는 것을) 실현 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한다”며 “사퇴한 최고위원이 살아나서 표결을 한다”고 썼다.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비대위 속도 올리지만 “해임 전제 비대위 근거없다” 이견 나와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한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견이 계속 나오는 상태다.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위 전환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당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판사 출신의 최재형 의원은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내대표의 말 실수와 사적 대화가 담긴 텔레그램 유출로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약화된 상황은 해당자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의 의결정족수(재적 8인의 과반수인 5인)를 충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으므로 비대위 출범 요건인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해진 국회 정보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복귀를 전제로 한 비대위 구성을 주장해온 조해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대위는 당 회생의 배수진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더이상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당대표가 법적으로 살아있는데 새 대표를 선출하면 우리당은 대표가 두 명인 당이 되고 그것은 코미디이고 막장”이라며 “비대위원장은 일단 외부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당내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작금의 사태에 당사자이거나 최소한 문제 예방과 해결에 역할을 못한 방관자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헌정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상황에 대한 당헌·당규 미비도 치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서 의장의 당헌·당규 해석은 오류”라며 “현 당헌·당규대로라면 애당초 비대위 출범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대표실에 불이 꺼져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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