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만 오창의 기적..이 회사 들어오자 청년 몰려들었다

이종혁,이희조 2022. 8. 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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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업 LG엔솔 공장 품자
인접 지자체와 달리 인구 늘어
탕정면도 삼성 덕에 상전벽해
수도권서 본사 옮긴 기업들
3년간 57%가 수도권내 이동
세제 혜택 줘도 지방은 안가
지방소멸기금 10년간 10조원
산업 고도화에 우선 투입해야

◆ 커지는 지방소멸 위기 ② ◆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은 지난해 충북의 첫 '대읍(大邑)'으로 거듭났다. 한적한 농촌이었던 오창읍은 2001년 지방 과학산업단지 준공으로 첨단 미래 산업을 유치할 날개를 얻었다. 이어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뿌리인 오창 전기차(EV) 배터리 공장을 2011년 완공해 오창을 배터리 사업의 중심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올해 6월 말 기준 오창읍 인구는 약 6만9855명으로 2010년 4만1816명 대비 67.1%(약 2만8000명) 불어났다.

# 20여 년 전만 해도 포도 재배지였던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은 2004년 삼성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제조 공장이 들어선 뒤 '디스플레이시티'로 발전했다. 탕정면 인구는 2006년 1만2847명에서 올해 5월 기준 3만1204명으로 16년간 143%(약 1만8300명) 증가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청주 캠퍼스를 비롯한 인근 대학의 전문 기술학과에 대한 수요도 부쩍 높아졌다.

첨단 기업이 지역 경제를 꽃피운 모범 사례들이다. 산업연구원이 개발한 '지방소멸지수'를 보면 국내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16곳은 이미 지방소멸 경고등이 켜졌다. 산업연은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첨단 기업 유치와 혁신 산업 생태계 구축이 지방소멸을 막을 열쇠"라고 외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인구 위기 감소 대응 차원에서 기업의 지방 이전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수도권 소재 기업이 공장이나 본사를 수도권 밖으로 이전할 때 법인세 등 각종 세액 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방 살리기 노력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은 두드러진다. 경기연구원의 '기업의 입지 이동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16~2018년 국내 기업의 이전 사례는 총 27만4086건이었다. 이 중 수도권 기업이 수도권 내에서 이전한 비율이 전체의 56.8%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충청권으로 옮긴 비율이 4.7%로 뒤를 이었고 강원·제주권 이동은 각각 1.2%, 0.4%, 호남권·영남권은 각각 1.1%, 2.0%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수도 도쿄와 수도권 일대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지역 이전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는 지방 거점 세제 등을 적극 도입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5년간 7500개 기업을 수도권에서 이전시키고 지역 일자리 4만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지방·인구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선 세제 혜택·보조금보다 기업의 이전과 고부가 혁신 산업 생태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산업연 관계자는 "지방소멸 문제는 해당 지역이 여성 가임인구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보다 인구 이동을 유발하는 실물 경제와 관련성이 훨씬 크다"며 "여성 인구 정착을 위한 단편적 방안보다 지역 실물 경제를 살려 청년 인구를 정착·환류시키는 방안이 유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개발(R&D) 성과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실현하고, 고부가 가치 기업을 유치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은 지역 내 혁신 경제 선순환에 초점을 맞춘 3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혁신인재, 산업기업, 인구취약지역 성장환경 조성으로 이 중 인재와 기업에 중점을 뒀다.

지방대의 역할을 강화해 혁신 인재 배출을 확대하며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공급하는 게 첫 번째다. 이어 기업의 지방 투자를 확대하며 산업 다양성을 확충하고 구조를 고도화하는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지방대를 단순히 인재 양성 공간이 아닌 산학융합타운, 혁신도시 캠퍼스 등 지역 기업과 산업 고도화를 연결시켜주는 혁신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게 산업연의 제언이다. 정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해 지난해 처음 행정안전부를 주축으로 해 만든 지방소멸대응기금도 내실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 기금은 매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설정해 전국 89개 인구소멸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한 해 최대 160억원씩 지원하는 구조다. 하지만 매년 단기적으로 평가해 이듬해 지원액 결정에 반영할 뿐 아니라 대도시 인접 지자체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연은 "지방소멸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지자체는 소멸 대응을 위한 10년 뒤 청사진인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자체장의 독단적 의사 결정을 배제하고 지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그랜드 디자인에 부합되는 사업들에 기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도 이와 같은 기업 중심의 지역소멸 위기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향후 지역의 경제 선순환 구조를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전라북도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새만금산업단지를 잇달아 방문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새만금의 성공적 개발은 큰 의미를 갖는다"며 "또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신기술 결합으로 식품 산업이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혁신 아이디어는 돕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 식품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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