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신인 감독의 최선.."29년 내공 다 쏟아부었다"(종합)[인터뷰]

김보라 2022. 8.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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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된다. 배우이자 연출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과 역량, 내공은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제 머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웃음)”

배우 이정재(51)가 3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헌트’의 완성본에 대해 “감독으로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없는데, 개봉 후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사나이픽처스)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1993년 데뷔한 그가 29년 만에 내놓은 첫 장편 상업 연출작. 이정재가 주연배우로서 출연과 함께 각색, 연출, 제작을 진행했다. 그는 극중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 역을 소화했다.

“한국영화에서 1980년대 하면 빛바랜 세계로 그려졌는데, 저는 다르게 그리고 싶었다. 세련된 상업영화로 보여지고 싶어서 색 보정과 미술적으로도 공을 들였다. 스태프의 첫 회의 때 꼭 필요한 소품을 말씀드려서 해외에서 공수하는 데 시간적으로 문제가 없게끔 했다. 미술작업을 거치면 기본적으로 컬러가 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올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전세계 관객들을 먼저 만났다.

이날 그는 “칸에서 공개한 후 (외신 및 외국 관객들이) ‘80년대 한국 정치사를 몰라서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왔다. 저는 한국에서 영화를 볼 관객층을 10~20대로 생각하고 썼었다. 한국 관객들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어렵지 않아야 하고 그것이 곧 해외 관객들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해외 반응 30%가 어렵다는 걸 접하고 ‘내가 이 정도 노력한 걸로 많이 부족했구나’ 싶더라. 그래서 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재각색을 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5월 말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돌아온 후 후반작업을 다시 진행했다고 한다. “칸 공개본과 다른 대사로 수정을 했고 배우들에게 부탁해서 후시녹음도 다시 했다. 조금 더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작업의 일환이었다”라고 칸에서 공개한 버전과 국내 개봉 버전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수정을 거듭한 이유에 대해 “칸에서 (관객 반응을) 경험을 하다 보니, 국내 버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재미있게 봐주시길 바랐다”고 한 작품에 진심을 다한 이유를 전했다.

배우로서 동료 배우들이 더 돋보이길 바랐다는 이 감독은 “제가 30여 년 동안 연기자 생활을 해왔으니까 연기자들에 집중되길 바랐다. 캐릭터들에 집중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렇게 연출을 하게 됐다”면서도 “제가 그래도 한 30년 정도 연기자 생활을 잘하고 있었는데, 굳이 이런 얘기를 써서 내가 내 커리어를 망치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제 공포심을 아마도 상상하시지 못할 거다.(웃음) 그럼에도 주제를 이런 방향으로 잡다 보니, 관객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정우성(50)이 연기한 김정도 캐릭터는 안기부 내 국내팀 차장이지만, 외부에 밝히지 않은 비밀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박평호를 기관 내 스파이로 의심하고 평행선을 달린다.

이 감독은 김정도 캐릭터에 대해 “뉴스에서 정우성의 어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한 목표를 담았다. 만약에 제가 김정도 역을 했더라도 아마 똑같이 표현했을 거고 똑같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가 봤을 땐 박평호 역을 정우성이, 김정도 역을 제가 했더라도 (영화 속 인물에 대한) 표현의 방식이 다르게 나오진 않았을 거다. 다르게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라고 밝혔다.

또 한 번 상업 작품을 연출할 마음이 있느냐고 묻자, “제가 연출을 해봤고 각본을 써봤다고 해서 자신감이 생겼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건 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가 다음 작품을 또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기자로서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얼마나 좋은 작품이 올까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등 복합적인 생각이 있다. 자신감 있게 제가 무언가 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다. 사람이 얼마만큼 열심히 할 수 있는지 체험해봤기 때문에. 연출자가 힘들다는 건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잘 알았지만, 이 정도로 공정 과정이 많고, 스케줄 안에서 압박이 컸는지 몰랐다. 어제 VIP 뒤풀이 때 오신 감독님들에게 ‘내가 앞으로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 고충을 알겠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감독의 고충을 직접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 한번 연출에 도전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제가 ‘연출을 두 번 다시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쉽지 않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꽉 차 있으니까.(웃음) 그런데 어떤 이야기가 흥미롭고 제가 다시 한 번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그때 연출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조심스럽게 있다”고 답했다.

‘헌트’는 국내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대체적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에 이 감독은 “기자분들께서 좋은 글을 많이 써주셔서 놀랐다. 놀라움 이상으로 ‘이분들도 정우성, 이정재가 나오는 영화를 기다린 게 아닌가?’ 싶다. 저희 둘이 나와서 꽤나 좋았다는 글이 너무 많아서 감사하고 좋았다. 정우성과 함께 밥 먹으면서 ‘그래도 우리가 허투루 살진 않았구나’ 싶더라. 저희가 정말 열심히 촬영을 했고,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해왔던 게 기자분들께 전달된 거 같아서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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