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이 '하나의 中' 흔들기..군사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

이태규 기자 2022. 8. 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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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순방 파장]
■ 中 반발속 1박2일 광폭행보
"무력과시, 불안한 리더십 때문"
펠로시, 연일 中 지도부 자극
TSMC회장과 경제협력 논의도
"불장난 하면 반드시 타 죽는다"
中, 심야에 美 대사 초치 항의
美 "겁먹지 않을것" 강경 태세
중국 공안들이 3일 수도 베이징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전날 대만에 도착한 직후부터 중국은 미국 대사관에 대한 삼엄한 경비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일정을 소화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을 자극하는 언사를 이어갔다.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직후 “이번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는 성명 발표와 함께 일정에 돌입한 펠로시 의장은 짧은 시간 동안 마크 류 TSMC 회장과도 화상 통화를 하고 미국과 대만의 외교·경제적 유대를 과시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려는 미국 행정부의 의중이 담겼다고 보고 미국 정부에 날을 세우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대만과 함께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왔다”면서 “중국은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 등이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현상 유지를 지지하며 대만에서 무력에 의한 어떤 것도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 지도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만의 안전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무력 과시는 중국 지도자가 내부적으로 직면한 불안정의 결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부 리더십이 흔들리니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문제 삼으며 거센 언사를 쏟아낸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펠로시 의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 회장과 화상 통화를 하고 최근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육성 법안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하는 등 중국에 맞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경제안보 행보에도 나섰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만 방문이 미-대만 간 더 나은 경제 교류를 위한 문을 열었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를 끌어올리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차이 총통이 주재한 오찬에는 장중머우(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차이 총통은 펠로시 의장에게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하며 “대만은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에 힘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박물관을 찾고 중국 반체제 인사와 면담을 하는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인권·민주주의와 관련한 일정도 이어졌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한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도 “중국은 매일 대만 정부기관에 수십 건의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고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며 글로벌 기업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력을 가하고 대만과 협력하는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사태를 거론하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 지적하고 티베트와 신장에서도 소수민족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거침없는 행보는 미중 갈등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3일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전날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긴급 초치해 “펠로시가 온 세상이 비난할 일을 저지르고 고의로 불장난을 도발했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중미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3대 공동성명이란 1972년, 1978년, 1982년 양국이 내놓은 것으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미국이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셰펑 부장은 “중국 측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현지 시간) “이번 방문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 방문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도 100% 일치한다”면서 “미국은 호전적인 레토릭(수사)에 의한 위협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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