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직격탄 날린 펠로시 "대만 위협 방치하지 않을 것"
깅그리치 이후 25년만에 방문
中 반체제 인사들과 만나
"민주주의 철통같이 지켜낼것"
대만 최고등급 훈장도 받아
차이잉원 "확고한 지지 감사"
美 중간선거·中 당대회 앞두고
양국정상 강대강 대립 치달아
◆ 美 하원의장 순방 파장 ◆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만 민주주의 지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11시 37분께 차이 총통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대만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43년 전 체결한 대만 관계법에 기초해 미국과 대만이 번영 및 협력의 관계를 맺었다"며 "대만에 대한 약속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특히 그의 대만행에 대한 중국의 과민 반응과 관련해 "그들(중국)이 큰 소란을 피웠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불안감이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대표단은, 대만과의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을 명백하고 분명히 하기 위해 대만에 왔다"며 "대만과 세계 다른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여전히 철통같다"고 약속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며 대만을 방문해 감사하다"며 "군사적 위협에 맞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국가 주권을 확고히 하고 민주적 방어선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접견에 앞서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과 미국 간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대만 최고 등급 훈장을 수여했다. CNN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미국 의회 대표단과 대만 입법회(의회) 의원들 간 비공개 면담 시작에 앞서 차이치창 대만 입법원 부원장(부의장)과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대만 지지는 초당적"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친선 방문한 것이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 왔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민주화 인사들과도 만났다. 중국의 인권 탄압과 비민주성을 비판해 중국의 또 다른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을 두고 민주화 탄압이라고 비판해왔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을 상대로 노동착취와 집단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은 미·중 간 군사적 대치 우려 속에서 긴박하게 전개됐다.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C-40C 수송기는 지난 2일 오후 말레이시아에서 이륙하고 나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 지역인 남중국해를 오른쪽으로 우회해 필리핀해를 거쳐 대만에 도착했다. 이로 인해 비행시간이 평소보다 두 시간가량 늘어나 7시간이 걸렸다.
미국 해군은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했고 중국은 항모 랴오닝함을 칭다오항에서 출항시킨 데다 산둥함을 대만해협 인근에 배치했다. 또 미국 전투기 8대와 공중급유기 5대가 일본 오키나와 소재 미군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남쪽으로 이동했고, 중국 군용기 21대도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이자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1박2일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했다. 그는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인사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오는 11월 미국 의회와 주정부 권력을 새로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오는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추진하는 시 주석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자국 민족주의를 자극해 지지율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위기 고조는 그에게도 유리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미사일 발사에 이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시 주석의 3연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반미연대의 결속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및 서방국가와의 신냉전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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