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신곡 원미연 "라디오 DJ로도 힐링 전할게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8.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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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5년 만에 싱글 ‘바람아 불어라’를 낸 가수 원미연. 사진 경성문화사



과거의 콘텐츠가 ‘레트로(Retro·복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비되는 요즘. 가수 겸 방송인 원미연은 새로운 별명을 하나 얻었다. 바로 ‘탑골 아이유’다.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모이는 ‘탑골공원’에서 ‘탑골’을 따고, 가수 아이유처럼 그가 과거 하나의 아이콘이었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별명이다.

1990년 2집 수록곡 ‘이별여행’이 인기를 끈 이후, 그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팝발라더로 명성이 높았다. 한동안 소소한 방송을 빼고는 활동이 없었던 그가 지난 2일 새로운 음원을 냈다. 제목은 ‘바람아 불어라’다.

“2020년에 SBS ‘배낭메고 인생네컷’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촬영했어요. 여행에 음악을 녹인 프로그램이었는데 당시 함께 했던 2AM의 멤버 이창민씨에게 받아놓은 곡이었죠. 원래는 지난해 녹음해서 올해 발매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고 조건이 돼 발표하게 됐습니다.”

노래는 치유를 말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마음, 바람에 나를 날려준다는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창민과 여행을 떠난 김에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이창민이 갖고 있던 곡 중 가장 마음에 들어서 노래를 하겠다고 나섰다.

“결혼하고 살다 보면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주제는 좋은데 너무 아픈 사랑 이야기나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남녀노소를 떠나서 갇힌 상황을 떠나고 틀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듣는 분들에게도 힐링을 선사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가 가수활동 못지않게 열심인 곳은 바로 라디오 부스 안이다. 그는 주말에 TBN 교통방송의 라디오 ‘낭만이 있는 곳에’를 진행하고 있다. 주중은 방송인 김승현이 맡고 있다. 주말이 저무는 오후 10시 원미연의 윤기있는 목소리는 저마다의 생활을 일구는 많은 청취자들에게 가닿고 있다.

“교통방송이니까 주로 운전하시는 분들이 많이 들으세요. 택시운전을 하는 기사님, 트럭이나 컨테이너 운전을 하는 기사님들도 많으시죠. 운전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저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마다의 사는 이야기, 교통상황을 전해주시는 분들의 정성으로 방송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단 두 시간의 진행이지만 이런 분들의 따뜻한 소망을 들으면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 같아요.”

지난 2일 5년 만에 싱글 ‘바람아 불어라’를 낸 가수 원미연. 사진 경성문화사



그의 모습은 최근 MBC ‘복면가왕’에서도 볼 수 있었다. 2016년 ‘김치 치즈 스마일’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후 지난해 다시 ‘내 노래에 모두 홀릴걸요? 해피핼러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첫 출연에서는 한 곡만 부르고 떨어졌지만 5년 만의 출연에서는 가왕전에 오르는 성과도 봤다.

“또 ‘복면가왕’에 나갈 때는 고민이 됐죠. 또 떨어질까 봐요. 비록 가왕전에서 떨어졌지만 가면을 벗을 때 룰라 김지현씨가 울고 있더라고요. ‘아직도 언니가 건재하게 자신의 활동을 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말이 고마웠어요. 저는 가수의 역할이 히트곡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건강한 모습을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미연은 중앙대에 다니던 1985년 ‘MBC 대학가요제’ 본선에서 ‘들녘에서’를 불렀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그 대중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아 대학가요제 기념 앨범에도 참가곡이 수록됐다. 1989년 1집 ‘혼자이고 싶어요’를 낸 그는 1991년에 큰 인기를 얻었던 노래 ‘이별여행’과 ‘조금은 깊은 사랑’이 실린 2집을 냈다. 이후 1996년까지 8년 동안 네 장의 앨범을 더 냈다.

“TV 예능에 나오지 않는다고 활동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전국에는 채널이 많으니까 공개방송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또 딸도 키우면서 주부로서의 삶을 살았죠. 제가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다 보니 늘 좋은 가사와 작곡가를 찾는 과정이 시간이 걸려요. 한 때는 ‘이별여행’을 넘어설 노래를 부르리라 다짐했지만, 이제는 제 목소리에 맞는 노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지금의 MZ세대에게 ‘탑골 아이유’로 불린다는 사실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는 최근까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990년대의 많은 노래를 부르는 커버곡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소녀팬들보다는 소녀팬들의 엄마들이 더 좋아하는 가수가 됐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지켜보고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한다.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가끔 부르기도 해요. 저를 보면 젊은 친구들이 ‘엄마가 좋아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지금 들어도 예전 노래지만 예전 노래 같지 않고 세련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아직도 제 노래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음원 서비스가 되지 않던 그의 3, 4집 앨범 역시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됐다. 신곡과 함께 원미연의 열정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대중 곁에 있는 ‘대중가수’의 철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는 또 열심히 노래할 작정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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