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산업 인력이냐"..성토장 된 '만5세 입학' 간담회

전형민 2022. 8.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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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21명중 16명 아직 공석
이미 출범시한 보름이나 넘겨
장차관 뒤늦게 간담회하지만
학부모들 의견 몸낮춰 경청만
#1 " '소통'의 중요성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줍니다."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 시도교육감 현안 회의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박 부총리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 교육감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이 받게 된다. 교육부도 잘 알고 계실 거다"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2 "요새 애들이 한글을 몇 세에 배우는지 아세요? 보통 초등학교 들어가기 1년 전에 사교육을 통해서 뗍니다. 이대로면 만 3세 아이한테 사교육을 시켜서 한글을 가르쳐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비슷한 시각,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유치원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어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했다. 장 차관은 "일단은 생각을 내놓고 구체화된 안을 조만간 내놓고 의견을 묻겠다는 계획"이라며 몸을 계속 낮췄다.

교육부가 '만 5세 취학연령 하향'과 관련해 장차관이 주재하는 간담회를 연거푸 여는 등 뒤늦게 공론화에 나섰다. 하지만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박순애 부총리는 특히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는데 국가교육위원회는 구성도 되지 않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박 부총리는 전날 학부모 간담회에 이어 시도교육감과의 회의를 주재했다. 박 부총리는 "(취학연령 하향은)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다"며 "앞으로 교육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 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윤 차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 지역 유치원 학부모 9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박 부총리가 학부모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던 장소에서다.

이틀간의 장차관 주재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은 제일 먼저 정책의 의도를 의심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들을 1년이라도 일찍 사회에 내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책이 유아 발달단계와 맞지 않는다고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학교에 가게 돼 맞지 않는 교육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전국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2만명이 대기 중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핀잔과 사회적 논의가 없이 이뤄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교육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교육 출발선을 당겨 양극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된 정책 제안'이라고 강변했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당분간 학부모를 비롯해 학계와 교육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 간담회·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주 부처 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공론화 후속 절차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주는 경청을 통해 여론을 확인하고,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청회를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차분하게 논의해 나가는 시간을 갖겠다는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미 출범 시기를 넘긴 국가교육위원회가 여전히 구성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은 변수다. 사회적 공론화를 주도하고 조율해야 할 '국가교육위원회'의 구성이 여전히 난항이다.

국가교육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지난달 21일 출범해야 했지만 위원 구성부터 직제 마련까지 안 되고 있다. 위원 21명 중 현재까지 정해진 자리는 당연직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추천한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추천한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추천한 조명우 사무총장 등 5명뿐이다. 나머지 16명 중 대통령이 5명, 국회가 9명, 교원 관련 단체가 2명을 각각 추천한다. 특히 교원단체 몫의 경우 교육부가 교원 단체 14곳 모두에 추천 요청서를 발송했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3곳의 의견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교육부가 학제개편을 국가교육위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교육위가 아직 출범도 못한 상태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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