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때처럼 얻어맞은 대만기업.."中 보복은 길다" 美도 불똥? [미·중 신냉전]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와 냉동 전갱이·냉장갈치의 수입을 각각 유해물질과 포장지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로 일시 중단했다. 지난 1일에는 대만산 해산물, 차, 과자 등 100여 개 브랜드 제품의 수입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대만산 식품 58종 3200개 항목 중 60% 이상에 달하는 2066개 항목의 수입이 중단된 상태다. 대만 현지 언론은 중국 당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대만산 농수산물의 수입을 중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조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보복성 행위"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대만 독립과 관련된 단체와 기업의 중국 내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마샤오광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3일 대만민주기금회와 국제협력발전기금회를 '타이두(臺獨·대만독립분자) 기구'로 규정하고, 이들 단체의 중국 내 활동과 관계자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단체에 기부한 대만기업 최소 4곳(산더에너지·링왕테크놀로지·톈광의료·텐옌위성테크놀로지)과 중국 조직·기업·개인 간 협력도 금지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과 정면 충돌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미국엔 경고성 발언만 쏟아내고 실제 보복 조치는 대만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과거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에도 중국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경제제재를 부과하며 보복했다.
일단 중국의 분풀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일 논평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과 중국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스로의 실수에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며 중국의 보복이 장기간 이어져 미국과 대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의 반도체와 첨단 제품 수출도 제재 대상에 올라 전 세계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더 많은 국가가 이를 따르도록 하는 나쁜 본보기가 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같은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은 이번 달로 예정됐던 북미 투자 계획 발표를 오는 9월이나 10월 이후로 연기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으로 격화한 미·중 갈등에 행여 불이익을 얻을까 발표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CATL은 앞서 미국 테슬라·포드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 공장 설립을 계획했고, 최근 부지 선정과 미 정부와의 보조금 협상 작업을 마무리하고 해당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었다.
중국 레노버의 자회사가 된 미국 모토로라는 2일로 예정됐던 중국 내 폴더블 신제품 출시 행사를 행사 시작 1시간30분 전에 돌연 취소했다. 모토로라 측은 행사 취소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으나, 주요 외신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 심화를 행사 취소 원인으로 판단했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이자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운영하는 시나닷컴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거의 확실시된 지난 1일부터 대만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다. 시나닷컴 측은 "회사 운영 전략상 대만 시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만 내 포털사이트와 웨이보 운영 중단 소식을 알렸다. 시나닷컴은 1998년 11월부터 대만에서 포털 서비스를 시작했고, 웨이보는 2010년부터 운영해 왔다. 현재 대만의 웨이보 사용자는 전체 인구(2400만명)의 10%를 웃도는 250만명에 달하며 대만의 '여론 창구'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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