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왓챠 기업가치 '뚝뚝'..원매자들 '절호의 기회' 예의주시

김성훈 2022. 8. 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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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매각 나선 토종 OTT 왓챠
시장서 점치는 밸류 1500억~2000억원
투자자들 "적극적 M&A 나서야" 탄력
원매자들 "할인 가격에 절호의 기회"
가격이 관건..박태훈 대표 결정 관심

[이데일리 김성훈 김연지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토종 OTT(동영상온라인서비스) 왓챠를 노리는 잠재적 원매자들이 1500억~2000억원 수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몸값 300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과 OTT 경쟁력 저하 등이 맞물리며 후한 몸값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웨이브와 쿠팡 플레이 등 잠재적 인수 후보자는 물론 콘텐츠 플랫폼 리디까지 인수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왓챠 몸값에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토종 OTT(동영상온라인서비스) 왓챠 매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이 한창이다. 박태훈 왓챠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왓챠 투자사 20곳+…사업 ‘휘청’에 노심초사

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분(구주) 매각이나 M&A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 중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금난이 거세지자 매각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 책정한 왓챠 밸류에이션은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시리즈D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몸값(3000억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꽤 벌어졌다. 프리IPO 유치 성공으로 책정 받으려던 5000억원 밸류에이션을 떠올리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과 왓챠의 경쟁력 저하 등 복잡한 사정이 더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봤을 때 2000억원 이상 쳐주기가 상당히 어려운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여러 원매자가 경쟁하면 몸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 보는 밸류에이션은 1500억~2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웨이브와 쿠팡 플레이 등 경쟁 OTT가 잠재적 원매자로 떠오른 가운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발돋움한 웹툰·웹소설 플랫폼 ‘리디’(RIDI)가 인수 후보로 등장했다. 왓챠와 리디 투자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의견을 개진하며 탄력을 받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왓챠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왓챠는 2012년 5월 첫 투자(시드) 유치 이후 2020년까지 약 20곳 넘는 투자사로부터 5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직면한 왓챠의 상황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투자사만 20곳이 넘는다는 얘기다.

왓챠가 휘청일 경우 투자금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쩐의 전쟁’으로 치달은 OTT 경쟁 국면에서 왓챠가 추가 자금을 수혈하더라도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박한 몸값에 경쟁 열기↑…누가 인수할까 관심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장기 플랜으로 해마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을 콘텐츠와 플랫폼 강화에 써야 하는 상황인데 왓챠의 현재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며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까지 꺼내 든 것은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한 측면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잠재적 원매자들은 왓챠 인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박하게 책정된 왓챠의 밸류에이션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은 현 시점이 할인된 가격에 왓챠 경영권을 인수할 적기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웨이브의 경우 M&A로 시장점유율과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로 보고 있다. 적잖은 금액이지만 티빙과 시즌의 의기투합을 목격한 상황에서 충분히 베팅해볼 만한 금액이라는 점도 관심을 두게 하는 요소다.

최근 인수 후보자로 급부상한 리디도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PO에 대한 추가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왓챠 인수로 성장 발판을 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더욱이 왓챠 몸값이 고공 행진할 당시 투자한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왓챠가 다른 원매자에 헐값에 팔리면 그만큼의 (미실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왓챠 인수전에 뛰어든 리디의 존재가 이들에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결국 왓챠에 최종적으로 매겨질 밸류에이션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왓챠가 디즈니나 웨이브 등이 등장하기 전에 IPO를 일찍 갔어야 하는데, 결국 시기를 놓쳤다”며 “지금으로서는 자력 생존보다는 결국 인수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방안인데, 업체 상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자가 얼마를 주고 인수할 건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매각 열쇠를 쥐고 있는 박태훈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핵심이다. 더 높은 가격에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각 이후에도 경영 참여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비가격적’ 요소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곳과 우선 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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