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돌아온 보수 법조인들의 '경찰대 힘빼기'..그때는 실패, 이번엔 성공?

김원진 기자 2022. 8.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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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입구에서 첫 업무일을 맞은 직원들 격려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출범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경찰대 ‘힘빼기’가 본격화됐다. 경찰대 폐지로 경찰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던 10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정책 방향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조인 출신 보수정당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경찰 통제의 수단으로 경찰대 힘빼기에만 집중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경찰국은 주요 현안으로 총경(일반 공무원 4급 상당) 승진 인사에서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의 비율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대 출신이 전체 총경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경찰대 힘빼기의 일환이다. 경찰국의 주 업무는 총경 이상 경찰 간부 인사로, 경찰국은 총경 승진 대상자를 살펴보는 작업만 한다. 총경 승진 인사를 내는 건 경찰청이 한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대 힘빼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과거 2012년 새누리당 시절(현 국민의힘) 나온 ‘경찰대 폐지론’과 겹치는 측면이 있다. ‘법조인’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게 가장 큰 공통점이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는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장은 검찰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었다. 위원에는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당시 새누리당 쇄신특위는 경찰개혁안으로 경찰대 폐지론을 꺼냈다. 당시 쇄신특위 위원이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특위 내 검사 출신들이 경찰대 폐지론을 주도했던 기억이 있다. 이상민 장관 등 법조인들이 주로 찬성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내각이 검사 중심으로 채워졌다. 이상민 장관은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다. 이 장관은 2012년에는 새누리당 쇄신특위에서, 이번에는 행안부 장관으로 경찰대 힘빼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인들이 경찰개혁의 방안으로 경찰대 힘빼기에만 지나치게 힘을 쏟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 전 새누리당 쇄신특위가 내놓은 경찰대 폐지론은 당시 힘을 얻지 못했다. 쇄신특위 안팎에서 “경찰개혁의 우선순위가 왜 경찰대 폐지냐”는 반발이 나왔다. 쇄신특위 내 검사 출신들이 기업, 정치인 등 수사를 담당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대신 상설특검제를 들고 나온 것도 진정성에 의심을 샀다. 대검 중수부는 검찰 권력의 핵심이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찰대 폐지론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 공약에 경찰대 폐지는 빠지고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만 담겼다.

윤석열 정부는 경찰대 힘빼기를 경찰 통제의 우선 수단으로 앞세우되 수위는 낮췄다. 정부는 경찰대 폐지론 대신 ‘공정’을 강조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대만 졸업하면 경위(일반 공무원 7급 상당)로 입직하고, 소수의 경찰대 출신이 경찰 간부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을 반복해 지적했다.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여론은 경찰대 힘빼기에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31일에서 지난 2일 사이 진행한 만 18세 이상 1020명 조사에서 정부의 경찰대 개혁안 반대가 51.3%였다. 찬성은 36%였다.

이날 경찰대 힘빼기를 두고 행안부에선 일부 혼선이 빚어졌다. 행안부 내부에서 올 연말 비경찰대 출신의 총경 승진자 비율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는 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이상민 장관은 “그런(비율을 정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인위적인 특정 비율 설정은 또 다른 더 큰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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