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뒤늦게 공론화 나선 교육부..교육감·학부모 '성토'(종합)
부총리 '폐기' 언급에 차관은 "폐기는 앞서 나가는 것" 엇박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김윤철 기자 =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방안을 성급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에 부딪힌 가운데 시도교육감·학부모 간담회를 잇따라 열고 뒤늦게 공론화에 나섰다.
그러나 교육감과 학부모들은 교육부의 '졸속' 추진에 비판을 쏟아냈으며, 이날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시도교육감들 "무심코 한 발표에 현장 혼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과 영상 간담회를 개최해 '국가책임제 강화'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시도교육감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는 교육부의 학제개편 방안이 유아발달 단계와 초중등 교육 현실을 외면하고 다른 교육 주체들과 협의도 없었다는 '졸속행정'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마련됐다.
당초 2학기 학교방역과 학사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가 뒤늦게 학제개편 안건이 추가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양쪽은 학제개편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총리는 이번 학제개편안의 취지를 "모두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설명했다.
또한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것도 하나의 목표"라며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소통의 중요성'을 말씀드려야겠다"며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가져다준다"고 꼬집었다.
다른 시도 교육감들도 반대 입장을 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성명에서 "학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확인된 이상 교육계와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정책은 즉시 폐기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전날 만 5세 입학에 대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준비가 안 돼 있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취재진에게 "학부모님들의 우려를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다만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취학연령 하향 조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 연일 성토…유치원 학부모도 '철회 촉구'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총리가 전날 오후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틀 연속 학부모와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이번 자리 역시 전날 오후에 급히 마련됐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만5세 입학' 방안이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다는 점, 절차적으로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점, 혼란을 야기한 점, 공교육과 돌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사흘째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을 혼란과 분노에 빠뜨려놓고는 '정해진 것은 없다', '이렇게까지 반대할 줄 몰랐다'며 하루에 네 번씩 말을 바꾸고 있다"며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경쟁을 최우선에 놓고 창의, 자율, 자주성을 놓치고 있는 우리 교육 현실을 두고 학교 인력이 만 5세 취학이라는 학제 개편에 매달리게 할 것이라는 계획은 우리가 가진 교육적 화두를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범국민연대는 만 5세 취학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 이날 오후 2시 10분 기준 20만1천229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집회를 시작한 범국민연대는 4일 연속 집회, 5일 '총공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4일 국회에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부총리는 "폐기할수도"…차관은 "폐기는 성급"
박 부총리는 전날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거듭 입학연령 하향안 철회를 요구하자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폐기할 수 있다며 철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장 차관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언급과 관련해 "폐기라고 보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올 텐데 그 결과에 대해 오픈된(열린) 생각으로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치원 학부모와 간담회에서도 "확정된 방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나리오이므로 정책을 고쳐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열린 자세로 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던 학제개편 태스크포스(TF)를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맡길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 방침 발표 당시 9월에 하겠다고 밝힌 '수요자 중심의 여론조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뿐 아니라 학제개편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장 차관은 앞으로 추진 일정에 대해서는 "연말까지는 의견 조사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론이나 대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범국민연대는 "박 장관이 정책 폐기를 언급했으나 미온적인 태도로, 폐기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가을까지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이유로 많은 시간과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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