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전쟁에 낀 韓..삼성·SK '새우 등 터질라' 우려

김상윤 2022. 8. 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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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미 의장 대만 방문으로 초긴장
반도체법 지원받으면 中 추가증설 막혀
美 첨단 반도체장비 반입 금지도 검토

[이데일리 김상윤 이다원 기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개편 계획이 사실상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구상이라 미국과 중국 양 시장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사진 가운데)이 2일 밤(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한 이후 조셉 우 대만 외교부장(사진 왼쪽)의 영접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인센티브인줄 알았더니..중국 수출 규제

펠로시 의장은 3일 마크 리우 TSMC 회장을 만나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지원법과 미국 투자 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면담 자리에 류 회장이 동석한 형태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은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은 물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 의회는 최근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총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에 총 390억달러 지원, 25% 세액공제 등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이들의 대 중국 생산·증산 관련 투자를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법안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취지이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중국 견제 관련 내용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게 미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TSMC 등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28나노(㎚·10억분의1m) 이하 반도체칩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못한다. 제한규정을 위반한 기업은 계약 위반에 해당돼 연방지원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쑤저우에도 테스트·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쑤성 우시 지역에서 D램공장을, 랴오닝성 다롄에서 미 인텔에서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10나노대 D램 생산을 하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면서 인센티브를 받게 될 경우 중국에서 최첨단 메모리 생산을 위한 추가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반도체 초미세공정을 위한 EUV 노광장비를 중국 공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경기 이천 공장에서 EUV장비를 통한 최첨단 D램 생산이 가능하지만, 중국 시장 확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여러 수출 장벽을 높이는 점도 부담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산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제한 검토 대상은 128단 이상의 고성능 낸드 생산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다. 미국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장비 등이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시장에서 모두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는데 이들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아직 검토 초기 단계로 초안조차 마련돼 있지 않지만, 미국의 움직임에 반도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미국은 이외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기준을 기존 10나노에서 14나노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0년 12월 중국의 반도체 기업 중신궈지(SMIC)에 10나노 이하의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게 막았지만 이를 비웃듯 중국 SMIC가 7나노 공정개발에 성공하자 제재 수준을 더 높인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에 파운드리 공장이 없어서 이 조치에는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빗겨나 있지만, 반도체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부담되고 있다.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아직 미국의 제재 조치가 확정된 것은 없지만, 중국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반도체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적지 않다”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중국 “강력한 조치 취할 것” 경고..보복 카드 가능성도

미국의 제재에 따른 중국의 강력 반발 가능성도 부담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로 한국 대만 일본을 묶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결성 움직임과 관련해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를 이미 날렸고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깼다며 미국을 ‘평화의 파괴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로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낮은 단계라 중국내 IT기업의 수요를 고려해 우리 기업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대상으로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못지 않은 카드를 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과거 미중이 일부 국지전을 벌인 수준이라면 이제는 반도체 전면전 1단계 쯤 온 것 같다”며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양 국가의 싸움에서 빗겨날 수 있도록 우리 반도체 생태계를 더욱 빨리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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