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미 하원의장 대만행 강행..25년 만의 재회
중국의 강력한 발발에도 불구하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 땅을 밟았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은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은 펠로시가 도착한 2일 밤 시간에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며 무력 시위를 벌였다. 대만군은 이에 대항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방송을 하면서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펠로시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우회해 7시간 만에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했다. 다음날인 3일 미국 육군 태평양 사령관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남부 바투라자에 있는 전투 훈련장에서 인도네시아 미국 대규모 합동훈련인 2022년 ‘슈퍼 가루다 실드’가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심야에 초치해 항의했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펠로시가 “고의로 불장난을 도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경제 보복에도 나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대만 통일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난 차이잉원 총통은 “의도적으로 고조되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을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수여하며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차이 총통은 밝혔다.
대만 총통과의 면담에 앞서 입법원(의회)를 방문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의 대만 지지는 초당적”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친선 방문한 것이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 왔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한 곳”이라며 “우리는 대만과 의회 간 교류를 늘리길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하원의원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회장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과해” “손가락질 말라” 고성·삿대질 난무한 대통령실 국정감사 [국회풍경]
- 수능 격려 도중 실신한 신경호 강원교육감…교육청·전교조 원인 놓고 공방
- [스경X이슈] ‘나는 솔로’ 23기 정숙, 하다하다 범죄전과자까지 출연…검증 하긴 하나?
- “이러다 다 죽어요” 외치는 이정재···예고편으로 엿본 ‘오겜’ 시즌2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