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의 단일화 딜레마..박용진 "일대일 구도" VS 강훈식 "반명 연대 의미 없다"

김윤나영 기자 2022. 8. 3.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용진(왼쪽부터), 강훈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일 강원 춘천시 G1방송에서 열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당권 주자 박용진·강훈식 후보가 단일화 딜레마에 빠졌다. 박 후보는 ‘이재명 대세론’ 견제를 위한 단일화를 원하지만, 반이재명 연대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단일화에 미온적인 강 후보는 자신이 제시한 ‘40대 기수론’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섰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늪을 극복할 비전 제시가 두 사람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두 후보는 3일 단일화에 대한 이견을 재확인했다. 박 후보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단일화와 무관하게 이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 자신이 충분히 있다”면서 “강 후보에게 (단일화 관련) 전달할 이야기는 다 전달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반이재명 연대 형식의 단일화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박 후보가 일대일을 만들겠다고 말한 것을 보니 결국 ‘친명(친이재명), 반명(반이재명)’ 대결하자는 것 같다”라며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 수권정당을 위한 새로운 연대가 과제”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처지가 다르다. 박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2위 자리를 굳혀 일대일 구도를 만들고 싶어 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당 대표 적합도는 이재명 47%, 박용진 23%, 강훈식 5% 순이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 후보는 8·28 전당대회 완주를 통해 낮은 인지도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 당 관계자는 “강 후보의 목표는 ‘괜찮은 차기 주자’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며 “3위에서 시작해 2위로 올라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후보는 이 후보 견제 전략도 다르게 세웠다.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1위인 이 후보의 팬덤정치·사당화·각종 말실수 논란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천시당 지지자 간담회에서 “왜 문재인은 이겼는데 이재명은 이기지 못해놓고 남 탓하나”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옅은 계파색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이 후보와 정면 대결은 피하고 있다. 강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제가 젊고 실력 있는 당대표가 돼서 이재명, 박용진 후보를 포함한 많은 대선 후보군을 만들고 싶다”라며 “당내 분열을 깨고 모든 계파·세대를 연결하겠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두 후보에게 단일화 문제는 딜레마다. 박 후보는 자신을 이 후보의 카운터파트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지만, 단일화하려면 ‘반이재명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단일화를 성사하려면 완주 포기를 각오하는 불리한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강 후보는 ‘이 후보 페이스메이커 아니냐’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한 존재감을 증명해야 할 시험대에 섰다.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지역 순회 경선에서 유의미한 지지율을 얻지 못하면 단일화 거부 명분이 부족하다는 당내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97세대 당권주자들은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막내라는 이미지를 극복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 후보가 기본소득을 포함하는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는 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면, 박 후보의 ‘외연 확장·플랫폼 노동자 사회안전망 구축’, 강 후보의 ‘진보의 재구성·주 4.5일제’는 거시적인 미래 비전으로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