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뒤늦은 공론화' 시작..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철회 수순 밟을까
교육부가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한 공론화 절차를 뒤늦게 시작했다. 시도교육청과 논의하고 학부모들과도 간담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다음달 대국민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가 확인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장관이 보고하고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을 며칠만에 뒤집을 수도 없어 교육부가 공론화 절차를 밟으며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는 3일 시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전방위 설명에 나섰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과의 영상회의에서 취학연령 하향에 대해 “학부모님들의 우려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교육감님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추진방안을 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원래 2학기 학교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전날 뒤늦게 학제개편안이 안건으로 추가됐다. 회의에 참여한 교육감들은 정책 발표 전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모두발언에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논의하지 않고 무심코 발표하는 정책은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져온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9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학제개편안을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치원 학부모 전원은 만 5세 입학 정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장 차관과 유치원 학부모들의 간담회 역시 전날 급히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총리가 지난 2일 “국민이 반대하면 정책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교육부는 일단 정책 공론화를 추진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겠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장 차관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을 폐기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고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이번주 중에 추진단을 꾸리고 다음달 2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국민 수요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론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전문가 토론회와 국회 협의, 출범을 앞둔 국가교육위원회 등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여론의 거센 반발이 확인된 상태에서 정책이 철회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공론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반대가 압도적이라 설문조사 등에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흘만에 13만1070명이 참여해 97.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공론화 절차를 ‘출구전략’으로 삼아 정책 폐기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사회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도 이번 주 내내 계속된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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