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용피셜하게 비상상태 아냐" 반격..'친이준석계'도 가세(종합)
김용태 "법적 자문 받고있어" 가처분 예고..하태경 "서병수 해석은 오류"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당이 자신의 '해임'을 전제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끼리끼리 이준석 욕하다가 (윤석열 대통령) 문자가 카메라에 찍히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내놓는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병수 전국위의장이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원회 개최 일정을 브리핑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같이 비판했다. 서 의장은 당 지도부가 비대위로 전환할 경우, 그 성격과 관계없이 현 최고위는 해산하고, 이 대표도 자동 해임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당 상황이) 비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난 3주 동안 이준석은 지역을 돌면서 당원을 만난 것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 판단 이후에 어떻게든 실현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이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했다"며 "사퇴한 최고위원이 살아나서 표결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는 애당초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했는데, 이를 '비상상황'으로 재규정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를 향해서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당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출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기폭제가 됐는데 되레 이를 비대위 전환의 계기로 삼고 있고, 지난달 29일 사퇴 선언을 한 배현진 최고위원이 전날(2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최고위 재적인원으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 상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용산 대통령실의 '용'과 '오피셜'(공식적인)의 합성어로 보인다. 그러면서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다고 참 잘하는 당 아닌가.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고 당내 친윤계를 겨냥했다.
'친이준석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전환을 반대했던 김용태 최고위원은 최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으며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문제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적 자문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법적으로, 절차적으로 (전날) 최고위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서 높은 확률로 (가처분 인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어떤 것이 당과 국민, 대통령을 위한 길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서 의장의 당헌·당규 해석은 오류"라며 "현 당헌·당규대로라면 애당초 비대위 출범은 불가능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하 의원은 당이 오는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당헌·당규 개정은 결국 국민의 눈에 젊은 당대표 몰아내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지리한 법정 분쟁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우리 당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당내 상황이 '비상상황'이라는 지도부 해석을 정면 반박했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 상황은 비상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근거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비상상황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리되어야 비대위의 적법성이 담보되고 비상상황의 종료 여부에 따라 비대위의 존속기간도 정할 수 있다"며 "당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로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를 대행한 것은 당헌이 예상하고 있는 것이어서, 설사 원내대표와 당대표 직무대행의 동시 업무수행이 과중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비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대표 궐위시에도 잔여임기 6개월 미만의 경우에는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지 않고 원내대표가 그 직을 승계하게 되어있다"며 아울러 이미 공석이 됐거나 될 가능성이 있는 '최고위원 자리들'도 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선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 비대위 출범 요건인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원내대표의 말실수와 사적 대화가 담긴 텔레그램 유출로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약화된 상황은 해당자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더욱이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로 비상상황을 야기해 언제든 자의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당원 민주주의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상상황에 대한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전체의 공감대 없이 비대위 설치를 강행할 경우, 당은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민의 눈에는 당권 다툼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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