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기금 '빚탕감' 페널티 줘야"..도덕적해이에 은행권도 반발

서상혁 기자,국종환 기자,한유주 기자 2022. 8. 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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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도 금융당국에 개선안 건의..새출발기금 동력 타격
부실우려 기준도 '연체 10일 이상'→'30일 이상'으로 강화 요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도 직원의 확진자 발생 추이 모니터링 강화와 회식자제 등 대응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식당, 주점 등 자영업자 매출에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25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2.7.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국종환 한유주 기자 = 은행권이 정부의 새출발기금 '빚탕감' 정책에 대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여신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에 새출발기금 대상자인 '부실우려 차주'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금융거래 제한 등의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할 것을 정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새출발기금 정책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부실우려 차주' 요건도 연체 10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전국 지자체장들이 새출발기금의 원금 탕감정책에 모럴해저드 우려를 제기하며, 정부 계획안 수정을 요구한 상황에서 은행권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새출발기금 추진 동력에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권 여신 관련 실무자들은 전날 서울 은행회관에 모여 '새출발기금 관련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주요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 대출에 대해 원금 감면을 포함한 채무조정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3개월 이상 대출이 연체된 부실차주는 보증부·무담보 대출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고,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선 대출금리를 연 3~5%대로 낮추는 게 골자다.

이날 회의에선 은행권의 '성토'가 이어졌다.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 대상과 운영방식을 두고 정부와 은행권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은행권은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부실우려 차주'에게도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부실 차주'의 경우 새출발기금으로 원금을 감면받으면 '새출발기금 이용정보(공공정보)'를 기록해 신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불이익을 부과할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부실우려 차주'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선 부실우려 차주에 대해서도 채무조정 이력을 시스템에 등재해 은행들이 차주의 정보를 공유하게 하고, 일정 기간 차주의 금융 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무 조정을 받았으면 그만큼 페널티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정상적인 금융 생활을 하게 되면 금융 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비용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우려 차주' 신청자격을 강화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은행들은 '부실우려 차주'의 조건 중 하나인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를 '30일 이상 90일 미만'으로 바꿔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열흘만 연체해도 금리를 줄일 수 있는 생각이 만연해지면 모럴해저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잠정안대로라면 10일만 대출금을 연체해도 연 15%대의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연 3~5%대의 금리로 낮출 수 있다. 현재 은행들도 연체 30일 미만의 대출은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부실 우려 차주'의 여러 기준 가운데 복수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채무조정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도 건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 초안에 제시된 '부실우려 차주' 기준은 '연체 10일 이상 90일 미만'을 비롯해 △금융회사의 만기연장·상환유예 거부 차주 △6개월 이상 장기 휴업자·폐업자 △기한이익상실 차주 △세금체납 등 신용정보관리대상 등재 차주 △최근 6개월간 5일 이상 연체 횟수 3회 이상인 개인 사업자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인 개인사업자 등 7가지다.

현재 금융당국과 캠코는 7가지 '부실우려 차주'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복수요건 충족으로 조건을 바꾸면 문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은행들의 생각이다.

이 밖에도 은행들은 부실차주의 대출채권을 매각할 때 자율성을 더욱 부여해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제기된 의견을 취합해 금융당국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은행들까지 반발하면서 정부의 새출발기금 추진 동력에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정부의 새출발기금 운영 계획을 수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채무 감면 등 지원에 대한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새출발기금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인 원금 미상환자 등 도덕적해이 우려 부분에 대한 정책설계를 철저하고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를 했다"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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