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보다 비싼' 원유가 내리라" 요구에..유가공 업체 압박 나선 낙농가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원유(原乳)' 가격 인하와 관련, 정부와의 협상이 중단되자 유가공 업체를 압박하고 나섰다.
3일 한국낙농육우협회(협회)는 지난 1일 축산회관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원유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낙농진흥회)에 나오지 않는 유가공 업체를 규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8일부터 5일간 유가공 업체 규탄집회를 연다.
협회는 남양유업을 제외한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원유가격 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가공 업체들은 가격 협상은 개별 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으로 정부의 '가격 조정 협상위원회'가 구성되야 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낙농업계와 유가공 업계가 갈등을 빚는 이유는 정부가 내놓은 '원유 가격 차등제' 때문이다. 원유 가격 차등제란, 사용처별로 가격을 다르게 하자는 것으로 흰우유는 리터당 1천100원,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에 원유를 공급하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원유 가격 차등제 협상과 관련해 "협회가 대안 없이 정부 측 설명회를 거부하고 있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낙농업계는 정부가 아닌 유가공 업계와 원유 가격을 직접 협상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정부와의 대화 단절 책임을 유가공 업계에 전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3년 생산비 연동 가격 결정 방식을 도입해 낙농가의 생산비에 따라 매년 원유가를 결정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생산비 연동 가격 결정 방식이 국내 낙농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물가 인상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내놓은 것이 원유 가격 차등제다.
정부는 해가 갈 수록 생산량이 줄고 있는 국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국내 낙농가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유 가격 차등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195만톤까지는 리터당 1천100원을, 나머지 물량은 리터당 800원을 적용하면 유가공 업계가 수입 원유 대신 국산 원류를 선택할 것이고, 낙농가도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20년간(2001~2021년) 유제품 소비량은 305만톤에서 458만톤으로 50.2% 늘었지만, 국산 원유 생산량은 234만톤에서 203만톤으로 오히려 13.2%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가공 업체들이 연간 의무 구입물량 220만톤 외에는 가격이 저렴한 수입 원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가 역시 판로가 없으니 추가적인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다.
실제 국내 원유 가격은 2001년 리터당 629원에서 2020년 1천83원으로 77.3% 인상됐다. 같은 기간 유럽과 미국은 각각 491원(19.6%)과 470원(11.8%)으로 인상폭이 우리와 비교해 크게 낮다. 유가공 업계는 의무구입 물량 이외에는 당연히 가격이 저렴한 수입 원유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원유 자급률 역시 같은 기간 77.3%에서 45.7%로 하락했다.
또 식습관이 바뀌면서 원유가 원부재료로 사용되는 식품이 늘어난 것도 원유가 인하가 필요한 대목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치즈와 생크림 가격은 물론 커피, 베이커리 등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반면 낙농업계는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원유 납품가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협회와 대화 단절을 선언한 정부와 제도개편 협의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와 별개로 올해 원유 가격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유가공 업체를 대상으로 한 강경투쟁을 전개하는 등 협회는 앞으로 투 트랙으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업계 관계자는 "영국과 뉴질랜드 등은 국내보다 절반 이상 원유 가격이 저렴하다"며 "이는 국내와 달리 수요 공급에 따라 원유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이고, 국내도 이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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