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지구 재앙..'기후종말론'은 사실일까?
극단적 대립 원인엔 '재난 시나리오' 연구 적기 때문
케임브리지대 연구팀, "IPCC 특별보고서 내자" 제안
‘기후종말론’은 사실일까?
기후변화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주장이 있다. 일부에서는 ‘인류 멸종’까지 거론하며 얼마 뒤에 재앙이 닥칠 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기후변화는 관리 가능하다면서 반대편을 ‘기후종말론자’라고 공격한다. 후자의 선두에 한국에서도 많이 읽히는 책 <지구를 구한다는 착각>의 지은이 마이클 셸런버거가 있다.
기후로 인해 지구가 망가지는 사태가 올까?
사실 여기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과학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적 분발을 촉구하는 논문이 나왔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루크 캠프 등 연구팀이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논문 ‘기후 엔드게임: 기후변화 재앙 시나리오에 대한 탐구’는 여러 면에서 새겨들을 만 하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보고서에서조차 기후재앙에 대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며 "극단적 기후변화와 이것이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대해 과학적 이해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IPCC 보고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협약국 과학자들이 만드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다. 각국 정상들은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협상을 벌인다.
연구팀은 “IPCC 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의 3도 이상 상승 가능성이 과소 대표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1.5~2도 정도의 상승에만 집중해 연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런 경향이 나타난 이유는 각국 정상이 2016년 체결한 파리협정이 지구의 평균 기업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상승 밑으로 묶어두자고 약속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저자들은 너무 낙관적인 전망에 기반을 둬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후변화 위험을 보다 신중하게 관리하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IPCC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 예상치는 다음과 같다.
•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00년 2.1~3.9도 상승 • 각 나라가 2030년 목표치를 달성하면, 2.4도(1.9~3도) 상승 (한국의 경우 2030년 40% 감축) • 각 나라가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면, 2.1도(1.7~2.6도) 상승 (한국의 경우 2050년 온실가스 배출 0%)
연구팀은 “이러한 낙관적 가정조차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260만년 전 플라이스토세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2도 이상 올라 유지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위 세 시나리오 중 가장 최선의 결과조차 인류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2도’가 넘는 것이어서, 지질시대에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목도해야 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는 불확실성이 큰 분야다. 대기와 산림, 바다와 강, 사람과 가축, 인위적인 온실가스, 사회경제 제도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계다. 자연과 사회가 영향을 주고받고 연쇄효과가 발생한다. 연쇄효과는 그물망을 타고 증폭된다. 갈수록 기후위기 관리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이유다.
특히 △북극 영구동토층의 해빙 △아마존의 가뭄과 화재로 인한 대량 탄소 배출 등 ‘티핑 포인트’의 발생 시점과 연쇄효과에 대한 연구는 학계에서 면밀한 수준으로 합의돼 연구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연구 분야는 이 밖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구름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이다. 연구팀은 ‘층적운의 갑작스러운 감소만으로 지구 온도가 최고 8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과학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구 시스템 분야를 적극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 온도가 6~9도 상승하면 동남부 남극 빙상이 붕괴하면서 해수면이 40m 이상 상승할 거라는 무시무시한 예측도 있지만, 아직 이러한 연구들은 언론의 선정주의에 이용될 뿐 학술적으로 활발히 토론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네 가지의 연구 의제를 제안했다. 첫째, 극단적 기후변화의 역학 및 장기적 영향, 둘째, 대량 사망률과 질병 감염에 대한 기후변화의 유발 경로, 셋째, 정치∙경제적 불안 등 사회적 취약성과 기후변화가 관계 맺는 방식, 넷째, 이를 아우르는 통합 재해 평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후변화라는 자연·물리학적 현상과 인류의 정치·사회·경제가 영향을 주고받고 서로 강화하는 시스템의 얼개를 그리자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두고 ‘종말론’과 ‘관리론’ 등 양 극단의 주장이 맞서는 것은, 결국 과학자들이 개척하지 않은 학문의 공백 탓이 크다. 연구팀은 IPCC가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한 ‘기후재앙 특별보고서’를 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인용 논문 PNAS 19(31) https://doi.org/10.1073/pnas.2108146119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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