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폭 확대 법 개정에도..정부 "당분간 유류세 추가 인하 없다"
최근 국제유가 및 국내 시장가 안정세에..정부 "굳이.."
유류세 50% 인하시 연 15조 세수 줄어
현 유류세 인하 조치로만 6조3000억 세수 감소
국회에서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한도를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이 처리됐지만,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서울 시내 휘발유값이 리터(L)당 1800원대로 안착하는 등 기름값에 대한 가계 부담이 감소해 추가로 지원할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배럴 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최근에는 100달러 아래로 소폭 하락하자, 굳이 유류세 인하폭 확대라는 정책 수단을 활용할 필요성아 떨어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로 세수 감소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 유류세 인하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류세 조정한도 확대안이 처리됐지만 현 시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이진 않는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추가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휘발유 등 기름값이 상당히 안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초기만해도 기존 주유소 내 비축물량으로 인해 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자 체감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상당수의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내려 1700~1800원대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4.65원 하락한 L당 1877.10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일보다 4.23원 내린 L당 1965.41원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인하 확대 직전인 지난달 30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267.8원, 경유는 202.2원 내렸다.
정부가 추가 유류세 인하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는 세수 감소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6월 유류세 30% 인하 조치를 취하면서 1조3000억원 가량의 세수 감소를 수용한 상황이다. 7월부터 올 연말까지 시행되는 유류세 37% 인하 조치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5조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이번 개정안의 최대치인 50%까지 확대하면 세수 감소액은 연간 1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민생 안정을 위한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이미 6조3000억원 가량의 세입을 포기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수 감소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수요를 잡아야 하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는 수요를 풀어주는 조치라는 점에서 더 이상 유류세를 낮추는 것은 ‘과유불급’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고유가 상황은 공급발 이슈로, 시장주의 관점에서 보면 수요를 억제해 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고통 분담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데, 시장의 충격을 줄이려고 가격 조정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더 큰 충격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위기 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물가 대책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정부가 해당 법안 개정 시 ‘개정 이후 탄력세율 조정 여부는 국제 유가와 물가 상황,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부대의견을 단 것도 즉각 유류세가 인하될 것이란 세간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정부로선 올 연말 일몰되는 유류세 37%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당초 예정대로 기름값이 안정됐다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해제하고 정상화하는 게 수순이지만, 민생 안정을 이유로 여야 합의로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는데 바로 접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연말 유류세 인하 조치 일몰 여부는 당시 국제 유가 및 물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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