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베어마켓 랠리에선 팔기 바빴던 외국인, 7월에 돌아온 이유는

정현진 기자 2022. 8. 3. 15: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3월 반등기엔 4.5조 팔고 7월엔 순매수
"지쳐 떠난 개인과 달리 신흥국 비중 확대..환차익도 기대 가능"

지난 달 우리 증시가 긴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연초 이후 반 년 간 20% 이상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3%나 올랐다. 전형적인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반등)의 모습이다.

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은 앞서 지난 3월에도 한 차례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나타난 두 번의 베어마켓 랠리에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정반대 매매 패턴을 보였다. 3월에는 외국인이 대거 팔고 개인이 샀다면, 7월에는 반대로 개인이 던진 매물을 외국인이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길어진 약세장에 지쳐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것과 달리, 외국인들은 매크로(거시)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며 미 달러화 가치가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해 환차익을 노리고 신흥국 증시에 유입됐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픽=이은현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개인은 국내 증시(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78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1조810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대로 3월 상승기에는 개인이 5조9347억원을 순매수, 외국인이 4조5193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달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는 하락장의 장기화 탓이라고 말한다. 연초부터 증시의 하락이 지속되자, 조금만 반등해도 이를 ‘탈출 기회’로 여기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3월 반등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인식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던지는 물량을 흡수했다면, 7월에는 주식을 빨리 처분하려는 심리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초부터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던 개인이 7월에는 셋째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팔자’ 기조를 나타냈다”고 했다.

얼어붙은 개미들의 투자 심리는 예탁금의 감소로도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투자자 예탁금은 54조2590억원으로 2월 말(63조4254억원)보다 약 14.5% 줄었다.

반면 올 초 매물을 던지기 바빴던 외국인들이 7월 들어 매수를 늘린 것은 위험 회피 심리의 약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한국 같은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에 대한 베팅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400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까지 오자, 한국 증시가 저점을 지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도 “이미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이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한 마디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자본의 유출 원인으로 지목됐던 환율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 달러화의 강세 압력이 최고점을 지났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 연구원 역시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3월에는 외국인들이 환차손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이미 환율이 크게 오른 7월에는 우려가 줄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원화로 표시된 국내 주식을 팔아 미 달러화로 바꿨을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달 1일 원·달러 환율은 1299.80원을 기록했다. 3월 2일 환율(1205.60원)에 비해 8% 가까이 높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대폭 낮아진 것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유입이 지속되기 어렵다며 관망하는 것이 투자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크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올해 3분기까지는 외국인 수급의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