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절도, 3년 만에 50% 증가.. 범인 상당수가 미성년자

박정훈 기자 2022. 8. 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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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경찰서 뒤편에 위치한 자전거 거치대 안쪽에 양천경찰서에서 내걸은 자전거 도난 예방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이다. /박정훈 기자

“자물쇠 비밀번호 모두 바꿔서 자전거 도난 예방하세요. 네 자리 모두 변경해야 안전합니다.”

지난 1일 오후 4시쯤 서울 양천구청 뒤편의 150m쯤 되는 거리에는 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수막 아래로는 벽을 따라 자전거 150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현수막을 내건 것은 양천경찰서다.

근처에 학원들이 많고 공원도 있어 시민과 학생들은 이곳에 자전거를 많이 세워둔다. 그런데 지난 4월 거리두기가 풀리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이 주변에서 자전거 도난 사건이 잇따랐다고 한다. 지난달 양천서는 아예 전담팀을 꾸려 자전거 절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양천서 관계자는 “원래는 자전거 절도와 무인점포 절도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절도 전담팀’이었는데 최근 하루에 서너 건씩 자전거 절도범이 검거되면서 자전거 절도를 주력으로 담당하게 됐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 절도 범죄를 적발한 것은 2018년 2688건에서 작년 4358건으로 3년 새 50%가 증가했다. 문제는 자전거 절도범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자전거를 훔쳐 당근마켓 등 중고마켓에서 팔아 용돈 벌이를 하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에게 마냥 전과 낙인을 찍는 것이 어려워서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가을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던 직장인 김모(30)씨는 자전거를 한 건물 주차장에 댔다가 자전거가 사라진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1주일만에 붙잡힌 절도범은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이었는데 이미 관련 전과가 많았다고 한다. 절도범의 부모는 합의에 나서지도 않아 김씨는 보상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김씨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처벌 기준이 다른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최소한 동종 전과가 있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늘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4월 세종남부경찰서도 자전거 절도 사건을 분석했는데, 올해 1분기(1~3월) 자전거 절도로 검거된 14명 중 13명이 19세 이하였고, 13세 이하도 이 중 6명이었다. 또 지난 4월 인천 동구 송림동에서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A(19)씨가 2주간 7대의 자전거를 훔쳐 당근마켓에서 다른 사람에게 팔아 넘기려다가 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게 붙잡혀 검찰 송치된 사건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

장물 자전거가 거래되곤 하는 중고거래 사이트도 “고민이 크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한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판매자에게 사이트 이용 제재 조치를 내리고 경찰의 협조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한다”면서도 “거래품 중 무엇이 도난된 자전거인지 사전에 구분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 관계자도 “사이트에서 도난된 자전거를 미리 색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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