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빚투 감면에 소상공인 빚도 탕감..도덕적 해이 어쩌나

허인회 기자 2022. 8. 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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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60~90% 탕감하는 '새출발기금' 시작도 전에 삐걱
지역신보 부실화 우려하는 서울시 "철저한 정책 설계 필요"
지자체 반발에 기금 출자하는 캠코, 지원대상 미확정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빚내서 투자하고 실패한 청년들의 이자 지원을 두고 비판받았던 정부가 소상공인 채무를 탕감하는 정책도 그대로 추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의 부실화 우려로 일부 지자단체장들은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구나 해당 기금을 출자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여전히 지원 대상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소상공인 대출원금 60~90% 감면" 정책에 우려 목소리

지난 2일 정책금융기관장들과 만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취약 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125조원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차질 없이 이해해야 한다"면서 "취약층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홍보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125조원+알파(α)'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80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대출, 45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등 맞춤형 지원과 개인 대출자를 위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주택담보대출 안심전환 대출 등이 핵심이다.

해당 과제 중 만 34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제도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정부는 신용등급 하위 20%의 청년이 지원 대상으로, 원금이 아닌 이자를 1년간 한시적으로 30~50% 감면하고 최대 3년의 원금 상환유예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번 금융 지원 대책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를 탕감해주는 조치도 포함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로 빚을 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상환기간 연장과 금리 인하, 대출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출발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80조원 가운데 일부로 30조원 규모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가 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채권을 금융회사에서 매입해 원금의 60~90%를 감면해 주고 최장 20년 동안 나눠서 갚도록 하는 3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말한다. 정부 예산 3조6000억원을 투입한 가운데 캠코가 새출발기금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네번째)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고의적인 원금 미상환 등 도덕적 해이 우려"

하지만 기금 조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도덕적 해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새출발기금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인 원금 미상환 등 도덕적 해이 우려 부분에 대한 정책설계를 철저하고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 건의했다.

서울시는 "무엇보다 해당 사안은 개별 지자체 차원이 아닌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전국 지자체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고 협의해서 추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여당 지자체장이 있는 서울시에서 해당 기금 조성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부실화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자영업자의 빚을 대신 갚고 가지고 있던 구상채권을 새출발기금에 팔게 된다. 하지만 탕감 범위가 60~90%라 가격이 낮게 책정돼 제값을 못 받고 넘길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신청 규모가 커지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재원이 고갈될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보증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공동 대응을 위한 서울시 건의에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17개 지자체에 관련 내용에 관한 의견을 요청한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6곳에서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17개 지자체의 의견을 취합한 후 성명서 등의 조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기금 조성을 위해 올해 1조1000억원, 내년 2조5000억원 등 총 3조6000억원을 출자할 캠코는 아직 지원 대상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권남주 캠코 사장은 지난 2일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 대한 질문에 "현재 대상은 협의하고 있는데, 부실화됐거나 부실이 우려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며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당국이 밝힌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은 90일 이상 대출을 연체한 부실차주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지원 대상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새출발기금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캠코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지원대상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 금융분야 민생지원 프로그램 발표에 따라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 법인 소상공인 중 부실이 발생했거나, 부실발생 우려가 있는 차주로 확정된 바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 대상 및 지원내용은 금융권 협의를 통해 최종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신보에서 주장하는 채권 저가매각 우려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은 공정가치(시장가 등) 매입이 원칙이므로 저가매각 우려는 낮다"며 "보증기관 의견 수렴을 위해 제도 설명회와 함께 업권별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 협의를 실시했고, 향후에도 채권 매입률 산정과 관련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서도 "원금 감면은 새출발기금이 직접 매입한 부실 무담보채권에 한해 가능하며, 차주의 소득 및 재산이 충분한 경우는 원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면서 "정상 상환 중인 차주의 고의 연체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채무조정 약정 시 공공정보 등록을 통한 신용상 패널티를 부과해 도덕적 해이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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