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시 천하' NFT 시장, SKT도 가세..'토종의 반격' 통할까

SKT, NFT 마켓플레이스 '탑포트' 공개..원화결제도 지원
구매한 NFT, SKT 자체 지갑에 보관.."확장성 떨어져" 지적도

SK텔레콤 NFT 마켓플레이스 '탑포트' 참여 주요 발행자 (SKT 제공)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암호화폐 거래소부터 블록체인 기술기업까지 국내 사업자들이 잇따라 대체 불가능 토큰(NFT) 거래 플랫폼(마켓플레이스)을 출시한 가운데, SK텔레콤까지 이 같은 움직임에 가세했다.

국내 NFT 구매자 대부분이 해외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시장 파이를 끌어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는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향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SKT가 출시한 '탑포트', 어떤 마켓일까

3일 SK텔레콤은 큐레이션형 NFT 마켓플레이스 ‘탑포트’를 오픈 베타버전으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큐레이션형 마켓이지만 지정된 크리에이터만 NFT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NFT를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을 지향하나, 성인물 등 부적절한 콘텐츠가 올라오지 않도록 검수하는 과정이 있어 ‘큐레이션형’이라고 SKT 측은 설명했다.

탑포트에 연결되는 지갑은 SK텔레콤이 안랩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안랩블록체인컴퍼니, 블록체인 기술기업 아톰릭스와 함께 개발한 웹 3.0 지갑이다.

이는 오픈시, 룩스레어 같은 해외 유명 마켓플레이스들이 메타마스크, 코인베이스월렛 등 대표적인 암호화폐 지갑들을 지원하는 것과 대비된다.

탑포트에 올라오는 NFT는 이더리움 사이드체인인 ‘SKT 넷’을 기반으로 한다. 사이드체인이란 이더리움 블록체인 플랫폼에 종속된 블록체인으로, 대부분 거래는 사이드체인에서 처리하고 주요 거래기록만 ‘메인체인’인 이더리움에 올리는 형태를 의미한다.

이더리움 사이드체인 기반 NFT를 판매함에도 불구, 대표적인 이더리움 지갑인 메타마스크와는 연동되지 않는다. 메타마스크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및 NFT를 보관할 수 있는 지갑으로, 이더리움 기반 NFT를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들은 대부분 메타마스크와 연동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메타마스크를 지원하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 외 특징으로는 원화결제가 있다. 해외 마켓플레이스는 물론 국내 NFT 마켓플레이스들도 이더리움(ETH), 클레이(KLAY) 등 암호화폐로 NFT를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탑포트는 원화결제를 지원함으로써 암호화폐가 익숙지 않은 사용자도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휴대폰 소액결제만 지원하며, 3분기 중 계좌이체 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다.

◇확장성 확보해야…가상자산사업자 등 규제도 관건

통신3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이 출시한 마켓플레이스인 만큼, 탑포트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오픈베타 버전에서 성과를 거둬야 정식 버전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초반 이목 끌기에는 성공했다. 간송메타버스뮤지엄, 메타버스 제작사∙영실업 등 유명 콘텐츠 제작사를 크리에이터로 확보한 덕분이다. 또 NFT 에어드랍 이벤트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확장성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원화결제 같은 차별화 포인트도 분명 있으나, SK텔레콤이 만든 지갑에 ‘SKT NET’ 기반 NFT만 담을 수 있어 확장성이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례로 오픈시는 이더리움, 폴리곤, 클레이튼 등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NFT를 지원한다. 또 메타마스크, 코인베이스월렛 등 여러 암호화폐 지갑과도 연동된다. 오픈시에서 NFT를 구매할 경우, 메타마스크 같은 개인지갑에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이다.

국내 사업자들도 이 같은 확장성을 확보해둔 상태다. 예를 들어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의 NFT 거래 서비스인 ‘클립드롭스’의 경우, 구매한 NFT를 카카오톡 내 디지털자산 지갑인 ‘클립’에 보관하는 것 외에 오픈씨에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다른 사업자들은 구매한 NFT를 여러 플랫폼에서 판매하거나 보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와 달리 SK텔레콤의 마켓플레이스는 NFT를 구매해도 해당 플랫폼 안에서만 보관할 수 있어 확장성이 떨어진다.

업비트 지갑에 NFT를 담는 업비트 NFT도 초창기 비슷한 지적을 받았으나, 추후 업비트가 “탈중앙화된 지갑(개인 지갑)에 NFT를 보유하려는 고객에게는 NFT 출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불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확장성 측면은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은 오픈베타 버전이라 향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NFT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의 범위에 포함될 경우, 가상자산사업자 지위를 획득해야 하는지도 관건이다.

현재는 NFT 마켓플레이스들이 사업자 라이선스 없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된다는 법적 해석이 나오면 금융당국에 사업을 신고해야 한다. 특히 탑포트처럼 원화결제를 지원하는 경우 은행과의 제휴 계좌도 확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행법 상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법이 바뀐다면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