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사랑한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바다로 돌아간다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이에요”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국내 수족관에 사육 중이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 만에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3일 경향신문이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양수산부는 제주도 퍼시픽 리솜(옛 퍼시픽랜드) 수족관에 사육 중인 남방큰돌고래 비봉을 방사하기로 했다.
비봉은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됐다. 호반그룹이 운영하는 퍼시픽 리솜은 1990년부터 남방큰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면 700만~1000만원에 사들였는데, 비봉도 그렇게 포획된 돌고래 중 한 마리다.
2012년 검찰이 남방돌고래를 불법 거래한 퍼시픽랜드 대표 등 3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곳에 있던 삼팔, 춘삼, 태산, 복순은 바다로 돌아갔으나 비봉은 오래 전 포획됐다는 이유로 수족관에 남겨졌다. 비봉이 수족관에 갇혀 있던 시간은 17년에 달한다.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멸종위기종 2급(CITES 2)에 해당되는 종으로 주로 제주 앞바다에 서식한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가면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가 아기 돌고래들과 함께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족관에 붙잡혀 돌고래 쇼를 하다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입니다. 언젠가는 꼭 보러 갈 겁니다”라고 말해 유명세를 탔다.
퍼시픽 리솜은 지난해 말 돌고래 쇼를 중단하며 비봉과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야생 방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퍼시픽 리솜은 태지와 아랑을 바다에 보내지 않고 다른 돌고래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에 무단 반출해 논란이 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봉을 제외하고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아있는 돌고래는 21마리다. 남은 고래는 흰고래 5마리, 큰돌고래 21마리로 비봉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서식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바다에 방사하려면 한반도 해역에 ‘바다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시급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2억원에 불과한 고래 바다쉼터 예산을 반려했다. 해수부는 내년도 예산안에도 해당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 의원은 “해수부는 남아있는 고래 22마리가 폐사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바다 쉼터 조성 사업 등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며 “동물원과 수족관에 대한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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