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사건파일]④ 음란채팅하자던 그녀, 사실은 그놈이었다.. 경찰 "'몸캠피싱'은 신고만이 살 길"

최효정 기자 2022. 8. 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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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클릭하는 순간 연락처 등 각종 정보 빼내
지인·회사에 알몸 사진 보낸다며 협박
돈 보내도 추가 금품 요구하거나 사진 유포하기도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신고부터 해야

사기나 횡령, 배임 같은 경제범죄는 자본주의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 사기 같은 범죄는 서민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정부와 검경이 경제범죄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 탓에 피해 건수와 액수는 매년 늘고 있다. 조선비즈는 경제범죄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추가 피해를 막고 범죄 예방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주]

40대 남성 A씨는 2020년 4월 인터넷에서 알게 된 B씨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음란채팅을 하게 됐다. 잠깐의 일탈은 곧 악몽이 됐다. B씨가 돌변해 A씨의 알몸 영상을 녹화했다며 돈을 주지 않으면 A씨 지인들에게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B씨는 사실 여성을 가장한 ‘몸캠피싱단’의 조직원이었다. 채팅을 하자며 보냈왔던 링크들도 모두 A씨 휴대폰에서 정보를 빼내는 악성코드를 설치하기 위한 장치였다.

A씨는 이 같은 협박에 겁을 먹고 즉각 80만원을 B씨가 알려준 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나 협박은 계속됐다. B씨는 “당신을 작업하기 위해 들인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니 2800만원을 입금해라” “회사에 영상 퍼지면 어떻게 되겠냐” 등의 메시지로 끊임없이 위협했다. 알몸 영상이 퍼지면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다는 걱정에 경찰에 신고도 못한 채로 3일 동안 총 56회에 걸쳐 5020만원을 송금한 뒤에야 A씨는 겨우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성 1300여명의 나체영상을 녹화해 유포한 이른바 '제2 n번방' 피의자 김영준. /뉴스1

여성을 가장해 남성에게 음란행위, 신체노출 등을 유도하고 사진·영상을 확보한 뒤 금품을 갈취하는 ‘몸캠피싱’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 몸캠피싱 발생 건수는 3026건으로 2016년(1824건)과 비교해 2.5배 늘었다. 지난해 남성 성범죄 피해자도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며 몸캠피싱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도 늘었다.

몸캠피싱은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과 같은 조직적인 사이버 범죄중 하나지만, 피해자가 영상이 퍼질까봐 사건 발생 초기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은폐해버려 사건 자체가 묻히기도 한다. 자신의 음란영상이 유포될 수 있다는 피해자의 공포심을 활용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몸캠피싱 수법은 단순하다. 범죄자들은 데이팅 앱이나 게임 채팅,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카카오톡·랜선채팅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자신을 여성이라고 속인다.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일반인 여성의 사진을 도용해 신뢰를 얻는다. 본인의 은밀한 사진이라며 ‘파일’을 보낸다. 또는 피해자를 안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녹음·녹화 방지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속여 피해자에게 전송한다.

파일이든 앱이든 받는 순간 악성코드가 휴대전화에 심어진다. 이를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의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동시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메시지에 넘어간 상대가 신체 주요 부위가 노출된 영상 사진을 촬영하면 이를 넘겨 받은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피해 연령대는 12세부터 70대 노인까지 다양하고, 드물게 여자 피해자도 발생하지만 99% 이상이 남성이다.

몸캠피싱 조직원들은 피해자가 쉽사리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영상이나 사진 유출을 협박한다. 악성코드를 통해 얻어낸 피해자들의 개인정보와 지인 연락처로 피해자의 영상이 유포되면 학교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협박하고, 점점 더 큰 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피해자가 돈을 쉽게 입금하지 않으면 피해자 지인들을 전부 초대한 인터넷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피해자가 뒤늦게 경찰에 신고를 한다고 해도 피해금액을 보상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몸캠피싱은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중국 등 해외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며 총책과 유인책, 전달책 등으로 분업되어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뤄지며 조직원들은 피해자와 해외 전화로 연락하고 돈은 대포통장으로 받아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까다롭다. 관련 검거율도 2020년 기준 18% 정도로 다른 범죄에 비해 낮다. 중국에서 총책(총 책임자)이 사건을 지휘하면서 점 조직 형태로 범죄단이 운영되기에 말단인 인출책 검거는 쉬워도 윗선 수사에서 막힐 때가 많다.

대화 중에 링크를 보내는 경우 몸캠피싱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제공

A씨의 사건도 국내에서 활동하던 인출·전달책 C씨만 유일하게 법의 처벌을 받았다. A씨를 꾀어 낸 유인책이나 사기를 계획한 총책은 검거되지 않았다. C씨는 수수료 5%를 주겠다는 제안해 혹해 중국 몸캠피싱 조직에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피해금을 환전해 조직에 전달해왔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5월 말단 직원인 C씨에게 사기 및 공갈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빠른 신고’와 ‘무대응’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 경찰과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몸캠피싱의 대상이 되었다면, 요구대로 돈을 주는 대신 우선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요구대로 바로 돈을 주면 미끼를 문 것으로 인식되어 추가로 협박을 하며 더 큰 돈을 요구하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기 때문이다. 악질적인 피싱범들은 돈을 받아도 영상을 유포하기도 한다.

몸캠피싱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많이 다뤄온 법무법인 거산의 신중권 변호사는 “무조건 바로 신고해야 한다. 보통 유포로 협박해 돈이나 또다른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출은 피할 수 없는 결과로 전제를 하고 강하게 나서야 한다. 돈을 줘도 유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 그쪽 요구에 응하기 시작하면 끊어내기가 어려운 굴레”라고 말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고광욱 법무법인 한원 변호사도 “가해자는 금전을 받은 것을 기회로 추가 금액을 계속 요구한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라면서 “돈을 준다고 해서 피해자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최선은 처음부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예방이 최선이지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성일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계 계장은 “몸캠피싱은 핸드폰에 악성코드가 깔리는 것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비단 몸캠피싱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파일과 링크를 보내면 절대 클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범죄 발생을 막는 예방이 최선”이라면서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지체 없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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