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김건희 여사↔무속인 '무한루프'에 갇힌 尹대통령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대선 때와 무엇이 달라졌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달 가까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을 둘러싼 리스크들이 다시 고개를 들자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말이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휘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설화, 김건희 여사 리스크, 무속인 논란 등이 같은 양상으로 재연되고 있다는 자조다.
해당 논란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해 11월부터 3‧7 대선 당시까지 최소 한 번씩 불거졌던 의혹들이라, "윤 대통령이 의혹의 '무한 루프'에 갇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尹대통령 따라 붙는 무속인‧김건희 여사·이준석 '리스크'
3일 대통령실은 무속인 '건진법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건진법사 전아무개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기업인의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는 등 이권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대통령실은 관련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야권은 "대선 때부터 경고하지 않았나. 이상한 사람들의 신세를 지게 되면 반드시 사달이 난다"(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건진법사'는 정치권에 처음 등장한 이름이 아니다. 전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기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무실을 찾은 윤석열 당시 후보의 등을 툭툭 드리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선 토론회 때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나오는가 하면 천공스승‧관상가‧항문침 전문가 등과의 친분을 의심받던 때라, 무속인 리스크는 일파만파 번져 나갔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무속인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동시에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과거 김 여사를 후원했던 업체가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계약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김 여사는 정부 출범 이후 친인척 채용 논란과 사적 동행 논란으로 수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김 여사는 공식 일정을 자제하며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논란에 한복판에 소환되는 처지다.
김 여사 역시 대선 당시부터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석열 본인보다 '김건희 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공공연하게 제기됐다. 허위 이력‧사문서 위조 의혹으로 김 여사는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선 전날 국민대학교 측에서 "표절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지만, 학계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집권여당의 내홍도 윤 대통령이 마주한 악재로 꼽힌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의 지도부는 공백 상태로 되돌아왔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내부총질하는 대표"라고 지칭한 문자 파문을 기점으로 지도체제 개편 논의가 재점화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로 한 차례 틀어진 이후 현재까지 관계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적쇄신‧정책공조 띄우지만 '뒤집기' 논란에 '삐끗'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20%대로 떨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실 인사개편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리스크들을 참모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대기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일단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인적 쇄신은 근거 없는 얘기"라는 것이지만, 오는 5일까지인 윤 대통령의 휴가 이후 본격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선 지지율 돌파구로 인적 쇄신과 함께 정책 카드도 고심 중이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정부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결국 반등할 힘은 '잘하는 모습'에서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시즌에 맞춰 정부여당의 정책 공조로 실력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부 정책은 오히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교육부에서 띄운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은 당장 추진되는 듯 했으나 교육계 반발에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철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민제안' 투표로 선정된 안건을 국정운영에 반영하기로 했으나 무효화했고, 대통령실 이름 공모도 대국민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폐기했다. 잇단 '뒤집기' 논란으로 정부가 정책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 옆에 직언하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짚지 못한다"며 "애초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 않다. 기본만 해도 지지율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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