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도심 제비떼 배설물 민원, 해결방법 없다..왜?

오영재 2022. 8. 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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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떼가 제주 원도심에 출현, 배설물 등이 차량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행정당국과 관련기관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 주민과 제비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도심에 출현한 제비떼의 배설물로 인해 집 앞에 주차한 차량이 더러워지는가 하면, 귀가를 하다가 배설물에 맞을까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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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주민 "차량, 오물로 도배…맞을까봐도 불안"
주민센터 "전깃줄 관련 민원, 한전 문의해야"
한전 "지중화 밖에 방법 없어…실행 불가능"
전문가 "서식지 잃은 제비…상생방안 필요"

제주시 노형동 제비떼. 독자 제공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비떼가 제주 원도심에 출현, 배설물 등이 차량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행정당국과 관련기관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어 주민과 제비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일 밤 제주시 노형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전깃줄. 그 위에 점처럼 보이는 제비 수십 마리가 앉아 있다.

전깃줄 아래 도로변에는 하얀 배설물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도심에 출현한 제비떼의 배설물로 인해 집 앞에 주차한 차량이 더러워지는가 하면, 귀가를 하다가 배설물에 맞을까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노형동 주민 A(30대)씨는 최근 도 안전신문고에 제비 관련 민원을 접수했다.

A씨는 신문고를 통해 "갑작스러운 제비떼 등장으로 제비 똥 골목이 돼버렸다"며 "주차된 차량이 배설물로 도배가 되는 것은 물론 지나다니다가 신체에 맞을까 봐 맘 편히 걸어 다니지 못하겠다. 제발 조치를 취해주시라"고 토로했다.

이틀 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회신을 받은 A씨는 화가 나면서도 허탈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고, 양해를 바란다는 답변이 왔기 때문이다.

[제주=뉴시스] 독자 제공

한전은 A씨에게 "전신주 전선 위에 있는 제비는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아 포획이 금지된 조류로 확인됐다"며 "제비로 인해 전선을 철거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또 "가령 지중화(전선을 땅에 매설하는 것)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자체의 요청이 필요하며, 자체 시행이 불가한 사항"이라며 "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알렸다.

A씨의 민원은 노형동주민센터로 전달됐다가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로 이관됐다.

노형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해당 민원의 경우, 정확한 업무 파악을 위해 확인해보니 한전 관할이었다"며 "한전 측에서 처리하겠다고 해서 이관했다. 이후 한전 측으로부터 민원과 관련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긴 했다"고 말했다.

관할 업무가 아니거나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손을 놓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 갈 것으로 보인다.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욱전공 오홍식 교수는 제비떼가 출현한 배경으로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제주=뉴시스] 독자 제공

오 교수는 "철새인 제비는 겨울을 나러 수천㎞를 날아가는데, 제주에서 여름을 나고 음력 9월9일 전후로 떠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제비는 무리를 지어 이동하기 때문에 번식기가 끝나고 떠날 준비가 된 개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만 봐도 최근 개발로 인해 농작지 등 제비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다. 적당한 곳이 없으니 원도심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본래 인간과 공존 관계인 제비가 개발 행위로 서식지를 잃어 일어난 일"이라며 "음력 9월까지 제주 원도심 곳곳에서 제비 무리가 나타날 수 있다.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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