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환경공단 15억 하수처리설비 구매 또 '시끌시끌'

안경호 2022. 8. 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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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환경공단 광주사업소 미로공원 전경

광주광역시 산하 공기업인 광주환경공단(공단)이 최근 15억 원 규모의 하수처리설비 원심탈수기를 구매한 것을 놓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공단이 납품 업체 선정 과정에서 지난해 수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봤던 경쟁 입찰 방식을 포기하고 조달청을 통한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을 선택하면서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업체는 지난해 공단과 제3자 단가 계약으로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도·감독 기관인 광주시가 공정성 논란을 이유로 공단에 경쟁 입찰을 요구하면서 계약 해지당했던 곳이다. 당시 이 업체는 계약 해지에 대한 귀책 사유가 없었는데도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공단 내부에서조차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공단이 제1하수처리장 내 소화(消化) 슬러지 원심탈수기 4대를 교체키로 하고 A업체와 15억8,304만 원에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은 6월 9일. 공단은 슬러지에서 물 성분을 빼내는 탈수 설비가 내용 연수(11년)를 넘겨 노후화한 탓에 소화 슬러지 함수 비율(81%)이 설계 기준 78%를 웃돌면서 처리 비용이 상승하자 교체를 추진했다. 함수율을 약 2% 줄이면 연간 1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공단은 당시 원심탈수기 구매 방식을 제3자 단가 계약으로 결정했다. 이 계약은 조달청 심사를 통해 우수 제품으로 인정된 제품에 대해 조달청과 납품 업체가 미리 단가를 정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사이트에 등록하면, 각 수요 기관이 입찰 절차 없이 이 사이트에 등록된 제품을 임의 선정해 구매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공단은 이어 물품선정(기술자문)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달 등록 업체(5개)를 평가해 A업체를 납품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A업체 선정 과정에 석연찮은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단이 예산 절감 효과가 있는 경쟁 입찰 방식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공단은 지난해 1월 기자재선정위원회를 꾸린 뒤 수의 계약 대상 업체(11개) 원심탈수기를 평가해 업체를 선정키로 했다가 돌연 제3자 단가 계약으로 구매 계약 방식을 바꿔, 같은 해 3월 A업체와 15억8,304만 원(4대)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공단이 당초 계획했던 기자재선정위원회 구성을 통한 제품 평가를 없었던 일로 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자 A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 경쟁 입찰을 통해 B업체와 13억4,586만여 원에 납품 계약을 다시 맺었다. 이로 인해 공단은 2억3,717만여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그런데, 공단은 올해 계약 방식을 조달 구매로 다시 변경하면서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

공단이 이미 조달청 심사를 통해 우수 제품으로 인정된 제품들에 대해 기술자문위원회를 열어 제품 평가를 실시한 것도 석연찮다. 공단은 지난해 원심탈수기 구매 당시 조달청 제3자 단가 계약을 하면 굳이 기자재선정위원회까지 만들어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어쩐 일인지 올해는 이를 180도 뒤집었다. 공단은 "공정한 방법으로 선정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물품 선정 심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실제 공단은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심의 위원(5명)에게 6월 3~8일 업체 및 제품에 대한 정성(70%)평가를 비대면(서면)으로 심사하도록 했다. 심의 위원 중 공단 직원으로 구성된 내부 위원을 제외한 외부 위원 3명도 공단 기술자문위원이어서 "사실상 내부인들이 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공단 안팎에선 공단과 A업체의 관계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직원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올해 원심탈수기 구매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이는 공단이 A업체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살만 하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심탈수기 납품 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자꾸 공정성 논란이 불거져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물품 선정 심의라는 한 단계 과정을 더 거친 것"이라며 "업체 선정 과정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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