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뛴 기업가치 無의미" 플랫폼 투자심사 개점휴업..IPO '신중모드'
개인 주식 거래 급감..기업가치 높이기 힘들어
스타트업 '높은 기업가치'가 투자유치에 걸림돌
“기존에 조(兆) 단위로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을 둘러싼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기업가치가 껑충 뛴 플랫폼이 적자를 내고 있거나 향후 현금이 들어올 사업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투자심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도 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CJ올리브영이 2일 상장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밝힌 것이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회사 측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는 주주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은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화장품 전문 플랫폼 가운데 매출 1위이고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작년 매출 2조1192억원, 영업이익 1378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와 IB업계에선 적자 투성이인 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CJ올리브영은 ‘우량매물’로 분류되는 만큼 가장 빨리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의 추정 기업가치 4조원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단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6월 4조3009억원으로 작년 6월 11조4018억원에서 급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 되며 빚내서 투자하던 개인들이 주식,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서 발을 뺀 탓이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이 CJ 오너 3세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가치를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035760)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 지분 11.04%, 4.2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구주매출(기존 투자자의 주식 매도)해 CJ 지분을 증여 받는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장 작업에 본격 돌입한 11번가의 경우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1번가는 4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뒤 지난 5월 중순 국내·외국계 증권사를 대상으로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두달이 넘도록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통상 이르면 일주일 내, 늦어도 한달 안에는 결과 통보가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모회사 SK스퀘어 산하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앞서 상장을 철회했지만 11번가는 사정이 다르다. 2018년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2023년 상장’을 계약조건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회사 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연금과 H&Q코리아는 최소한 투자원금에 내부수익률(IRR) 3.5%를 보장받기로 한 만큼 상장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애초 상장이 안 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로 들어갔다.
문제는 SK그룹이다. 11번가가 상장에 실패하거나 공모가격이 충분하지 않으면 투자원금에 IRR 3.5%를 더해 보유 지분을 SK텔레콤(017670) 측이 되사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혹은 대주주가 자신의 일정 지분 이상을 팔 때 2대 주주도 동일 조건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도 포함됐다. 둘다 SK그룹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어 주주들이 반발할 수 있다.
투자 유치가 급한 스타트업 사이에선 스스로 희망 기업가치를 낮추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당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입성을 목표로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희망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낮춰 투자 유치를 진행중이다. 다만 이 역시도 신규 자금 유치가 쉽지는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VC)업계에선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회사보다 초기 회사에 베팅하는 것이 낫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유한익 전 티몬 이사회 의장이 설립한 커머스 스타트업 RXC와 박은상 전 위메프 대표가 만든 캐처스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 모두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전에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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