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배터리 인재엔 영주권 지원"..美 포드도 영입 경쟁 가세

김도현 기자 2022. 8. 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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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디어본 포드 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는 전기차 'F-150 라이트닝' /사진=포드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Ford)가 한국 배터리 인재 영입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까지 나서면서 배터리 업계 인재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Dearborn)과 디어본 인근 로뮬러스(Romulus)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될 주요 직책별 대규모 경력직 채용공고를 냈다. 디어본은 포드가 설립된 곳으로 본사를 포함한 주요 생산·연구시설이 밀집했다.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포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F-150 라이트닝'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포드는 이번 공고에서 구동·제어·시스템 등 차랑 전반의 전문인력 공고를 동시에 냈다. 대부분 미국 현지 채용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며 비자 스폰서십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소개했지만 배터리 분야는 달랐다. 배터리 제조사에서 생산장비 운용 경험을 지닌 화학·기계·재료공학 전공자를 모집하는 배터리셀 및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공고에서는 비자 스폰서십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해당 비자는 'H-1B'다. 학사 이상의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들에 발급되는 비자다. 전공과 이력이 일치해야 하며 학위·재직 합산기간이 6년 이상된 자에게 주어진다. 발급 후 3년동안 미국에서 체류하며 근무할 수 있으며 추가 3년 연장도 가능하다. 단, 6년을 채운 뒤에는 당국의 허락 아래 1년 단위로의 연장이 가능한데,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사실상 6년짜리 비자로 평가된다.

H-1B 비자는 매년 8만5000개만 발급된다. 매년 이를 넘기는 신청서가 접수돼 추첨을 통해 발급이 확정된다. 기업이 해당 취업자의 신원을 보증할뿐 아니라 1인당 4000달러(약 520만원)의 신청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발급 자체가 까다롭고 신원보증 및 금전적 부담이 커 미국 대기업들도 비자 스폰서십을 꺼린다고 전해진다. 자격 요건에 '미국 취업에 문제가 없는 자' 정도로만 요건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유학생들도 H-1B 대신 영주권 취득을 노릴 정도다.

포드는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표 완성차 업체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포드 디어본 공장을 찾아 F-150 라이트닝을 직접 시승하며, 미국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 같은 회사가 비자 스폰서십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했다. 자국 내에서 수학한 인적 인프라가 풍부하기 때문에 해외 인력 유치에는 소극적이다. 1000건 이상의 H-1B 스폰서십을 지원한 10개 안팎의 미국 기업 상당수도 제조업이 아닌 IT기업들이다. 인도 완성차업체 타타(TATA) 미국법인도 상위권에 랭크됐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는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애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디어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서 포드-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 트럭을 운전하고 있다. (C) AFP=뉴스1

포드의 우선 영입 대상은 한·중·일 인재다. 비자 스폰서십을 약속한 공고들 중 일부에는 요강에 '유창한 한국어·중국어·일본어 능력'을 우대사항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사실상 3국 인재를 뽑겠단 의미다. 포드가 내세운 요건을 갖춘 인재들 상당수도 3국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배터리 개발·생산·양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업체들이 3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배터리업계 인사는 "전기차 개발 단계서부터 배터리 회사와의 소통은 필수적"이라면서 "포드의 핵심 파트너가 SK온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3개국 중에서도 한국인 영입에 무게를 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영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함에도 굳이 한·중·일 3개 국어를 우대한다는 점은 이들 3개 국가 출신들의 인재를 영입하겠단 강한 의지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모집이 사실상 미국 영주권 지원을 전제로 한 공고라고 평가했다. H-1B 비자를 고려한 채용이 통상 2월말께 마무리되는데 포드의 공고는 지난달 하순께부터 속속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필수인력 모집에 한계가 있을 때 왜 필수인력인지 소명하고, 4주 이상의 지속적 채용 시도 등 인력 보강을 위한 노력이 입증되면 영주권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대 6년 근무 가능한 직장에 다니기 위해 사직서를 쓰고 미국행을 택할 이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포드 역시 이 같은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채용공고를 냈으며, 영주권 등과 같은 특전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일본이 중국보다 기술 축적도가 높고, 한국·중국이 일본보다 생산·양산 경험 축적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일본보다 한국 인재를 수혈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는 것 같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배터리 전문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어, 인재를 지키기 위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노력도 심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동화에 늦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드는 작년부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1억8500만달러(약 2100억원)을 들여 배터리개발센터 건립에 나섰으며, SK온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유럽 등지에 배터리 합작사(JV)를 설립하는 등 전기차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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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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