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에 국제사회도 '들썩'.. 심화되는 신냉전 구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국제사회도 들썩이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비난하며 중국과의 결속을 강조했으며, 일본과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신냉전 구도가 대만 문제를 계기로 한층 심화되는 모양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명백한 도발로 간주한다”며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공격적 정책의 일환”이라 지적했다. 또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중국의 내정 문제라며 “우리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것과 대만은 중국과 불가분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의회 국제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블라디미르 즈하바로프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러시아와의 결속 필요성을 한층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제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중국은 스스로 미국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군사적 측면에서 강력한 동맹을 필요로 할 것이며 러시아가 그러한 동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도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힘을 실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현 상황은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리의 한 부분이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나라의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영토의 안정을 파괴하는 외부세력들의 행위에 대응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근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강화해온 일본은 대만의 긴장을 계기로 미국에 한층 가까이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와 미일 동맹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시의적절한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군사훈련 대상 해역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며 “실탄사격 훈련이라는 군사 활동의 내용도 고려해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과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한 바 있는 호주는 자국의 방어역량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은 전날 호주방위군(ADF)의 전력 구조와 대비태세를 들여다보고, 투자 등 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태평양 진출을 시도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은 오는 11월이나 12월 초순쯤 대만을 방문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위 관계자는 가디언에 “대만 방문은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관계 강화 측면에서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보안 문제 등으로 상세한 방문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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