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에 전투기 띄운 中.."3번 굴욕 당했던 과거와 다르다"[미·중 신냉전]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2. 8. 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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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등한 군사력 확보..당분간 치킨게임 양상 불가피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중국의 격렬한 반발 속 방문한 대만의 타이베이 의회에 도착해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 갈등 수위를 임계치까지 끌어올리면서 두 강대국간 대결이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에도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간 격렬한 대립이 몇 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념과 정치적 이벤트가 자리잡고 있다. 타협 내지 수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아니다.

3차례 대만해협 위기
대만 해협에서 미중은 3차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처음은 1954년이다.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 원조를 시도하자 중국은 대만 진먼다오(금문도)를 포격했다. 국민당 정부가 맞대응하고 미국이 다음 해 제7함대를 대만에 보내면서 안정됐다. 1954년 1차 위기 이후 미국은 1955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1958년 8월23일부터 10월5일 사이 2차 위기가 왔다. 중국으로부터 47만발 포탄이 대만에 쏟아지자 미군이 군함과 전투기를 보냈다.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NYT)는 1966년 펜타곤 기밀 보고서를 보도했는데 2차 위기 때 미군은 중국 본토에 대한 핵 타격을 검토하기도 했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미중간 대립은 197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급반전 됐다. 미국과 대만간 상호방위조약은 사라지고 미국 내 '대만관계법'이 들어서면서 전략적 모호성이 등장했다.

1995~1996년 3차 위기는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중국이 대만 근해에 미사일을 쏘고 푸젠 지역에 동원령을 내리자 미국은 7함대를 보내자 겨우 종료됐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C) AFP=뉴스1
G2 급부상+시진핑 정치적 과업…'과거와 달라'
중국은 3차례 대만해협 위기를 굴욕으로 받아들인다. 오늘날 군사적 위협을 서슴없이 하는 건 굴욕을 갚기 위한 성격도 있다. 렁보 중국 사회과학원 선거연구실 주임은 "1996년 대만 해협 위기 당시 중국은 충분히 강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현재 정치 및 경제력에 비춰볼 때 이제는 군사적 대응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둥펑 미사일 등으로 태평양 미 해군 거점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췄다. 미군은 2020년 가상 워게임에서 이 가능성을 타진했고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손에 넣을 공산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미국의 패배다.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가장 큰 배경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과업이다. 그는 대만 통일을 틈날 때마다 강조해왔다. 이안충 싱가포르 국립대학 정치학 교수는 "시진핑의 야망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며 대만과 통일을 포함해 역내 초강대국으로 부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2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전 대만과 가까운 푸젠성에서 17년간 시장, 성장 등을 지냈다. 3차 대만해협 위기 때도 푸젠에서 전쟁 준비를 했다.

정치적 이벤트 때문에 운신의 폭이 작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인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치킨게임에 조마조마한 세계
미중간 정치 행사 이전까지 '강 대 강' 대결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고 전투 훈련을 강행하는 것이나 무역 보복을 예고한 것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갈등이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미중뿐 아니라 세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식량난과 예상 범위를 벗어난 인플레이션, 유럽 에너지난 등을 세계는 이미 목격했다.

'칩4' 같은 극도로 민감한 이슈 한가운데 놓인 한국은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분노 표출에서 수위 조절에 실패해 미국을 흥분시킬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칩4' 압력은 더 강해질 게 뻔하다. 자칫 중국과 한국간 반도체를 넘어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여지가 발생한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미중간 갈등 조정 여지와 의지가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두 나라 사이 비난과 보복 등이 있더라도 용인 가능한 범위여야 하고 가드레일을 벗어나지 않기 위한 자기 통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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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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