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학부모도 '5세 입학' 철회 촉구.."유아교육·돌봄 강화"
추진 배경 질문에 "학생수·시설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5세 사교육 감소 예상"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유치원 학부모들도 정부가 '5세 입학'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유아교육과 돌봄 강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제개편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공교육 강화를 위한 하나의 '제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학생 수와 학교시설 현황 등이 입학연령 조정을 감당할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해 논의를 꺼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제개편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치원 학부모들은 정부가 내놓은 '5세 입학' 방안이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다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 박미정 씨는 "철저한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해 절차적·형식적으로 누구 하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정책을) 강행하지 말고 전면 재검토 해달라"고 말했다.
학부모 곽유리 씨는 "정부의 이런 무성의하고 경솔한 발상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화가 났다"며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반대한 정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전제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5세 아이를 키우는 권영은 씨는 "오늘 출근을 미루고 여기 온 건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정책 때문"이라며 "졸속 행정을 철회하고,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공교육과 돌봄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익히고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 첫째와 유치원생 둘째, 2020년생 셋째를 키우고 있다는 A씨는 "출산율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엄마들은 12개월 차이도 우려해 1∼2월에 (출산하도록) 계획 임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이를 15개월로 늘리면 교실에서 감당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공교육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며 사교육 연령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씨는 "한글은 학교에서 가르칠 테니 (집에서) 가르치지 말라는 포스터도 봤는데 다른 과목을 공부하려면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글을 안다는 전제로 다른 과목을 수업하면 만 4세에 한글을 가르쳐야 한다"고 토로했다.
첫째가 초등학생, 둘째가 2018년생이라는 학부모 김성실 씨는 "첫째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배웠는데 안 배웠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했다"며 "7월에 문장 받아쓰기를 하던데 (미리 안 배웠다면) ㄱ, ㄴ부터 시작해 단어와 문장을 배우고 7월에 받아쓰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취학연령을 낮출 것이 아니라 유아교육을 강화하고 돌봄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곽유리 씨는 "초등학교에서 돌봄과 교육 사이에 갈등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교육부는 지시만 하고 실행은 학교가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얼마나 기쁘게 (정책을) 받아들이겠느냐"며 "현재 있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연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지금도 학교 돌봄이 7시까지 가능하지만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선생님이 싫어하시고 (학교마다) 돌봄교육의 질도 차이가 있다"며 "애들이 3시 이후 학원으로 빠지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성실 씨는 "첫째에게 '7살에 입학하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너무 불쌍한데요'라고 답했다.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이다"라며 "양질의 유아교육을 하고 초등학교는 그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게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상윤 차관은 공교육 강화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 '5세 입학'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학부모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있다면 시도해볼 만한 선택지이니 상황에 맞는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라며 "확정된 방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시나리오이므로 정책을 고쳐 가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열린 자세로 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아교육을 의무화하자는 기존의 제안 등도 고려할만한 대안이라며 유아교육과 돌봄 시스템 등을 전반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다만 "여건과 (아동) 발달 단계에 대한 연구결과 같은 것이 학령인구 급감과 맞물려 2025년 정도 되면 (입학연령을) 앞당겨도 무리가 없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한 것)"이라며 "취학연령을 앞당기면 그 단계의 사교육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정책 추진 배경과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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