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우크라도 처음엔 평온했다"..펠로시가 쏘아올린 리스크

이정훈 2022. 8. 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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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도..글로벌 금융시장 대체로 평온
우크라 전쟁 예견한 UBS 전략가 "당시와 지금 상황 달라"
되레 중장기적 中 보복 우려.."지정학 위험 더 오래 지속"
"中, 경제 타격 주는 대응 자제..중장기 미중관계 더 우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對)중국 매파(강경파)`로 잘 알려진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인 대만을 찾으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고조시키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것에 비해선 당장의 시장 불안이 크진 않은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양국 간 대립 양상이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일단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현지시간) 시장 상황은 비교적 평온했다. 끈질긴 반등 시도 끝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연이틀 조정을 보였지만 낙폭은 미미했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오히려 사흘 간의 약세를 접고 반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에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2.75%까지 뛰었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일본 엔화와 금값도 상승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고, 역외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뛰었다.

사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금융시장이 비교적 평온했던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시장은 러시아가 실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공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었지만, 이후 침공이 현실화하고 전쟁이 장기화하자 충격이 커졌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위험을 강조하며 투자에 대한 헤지를 권고했던 바누 바웨자 UBS 수석전략가는 “당시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러시아의 침공 때와 달리 지금 대만을 둘러싼 대립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은 분명치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서구권의 경제제재 이후 중국까지 그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빼내가고 있고 중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을 줄여온 만큼 상대적으로 선제적 헤지 필요성도 높지 않다고 봤다.

이는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상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시장 경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제이슨 수 레이리언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이 지정학적 위협에 대개 무감각한 편”이라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군사 대응으로 위협하는 것은 새로운 것도 아니며, 역사적으로도 이런 위협이 실제 군사적 갈등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쿠바에서의 미사일 위기에도 단기 충격 후 뉴욕증시는 오히려 6주 간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를 이끌었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우려와 달리 시장 내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적어 아직까지는 잘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하면서도 “만약 중국은 원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수요와 공급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수단을 포함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면서 “이로 인해 매우 불확실하고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보도 이후 일주일 간 범중화권 주요 지수 등락률

엘렌 개스케 PGIM 채권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분명한 더 오래 지속되는 방향으로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전반적 변동성이 커질 것인데, 특히 연준이 얼마나 더 오랫동안 통화긴축을 할 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채권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전 세계적 통화긴축 기조, 치솟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에 대응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엔 또 다른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미중 간 충돌이 글로벌 시장을 무너 뜨리는 테일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라지브 데 멜로 GAMA 자산운용 글로벌 거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불쾌감을 나타낼 것”이라고 보면서도 “다만 중국 경제가 취약한 만큼 통제 불능 상황까지 만들진 않을 것 같다”고 점쳤다. 현재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데에 변화가 없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는 백악관과 달리, 중국 정부는 이번 방문을 “중대한 결과를 수반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BMO캐피탈마켓 측은 이번 방문과 중국의 대응으로 인해 장기적인 무역관계가 더 악화되고 이는 수주일 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불안감으로 인해 안전자산인)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이번 주중으로 2.5%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베키 리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중국 거시전략 담당 대표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도 거시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대응보다는 일부 (미국에 경고성) 시그널을 주는 행동에 국한될 것”이라고 점치면서도 “오히려 중장기적인 미중 관계에 대해 우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3일 한국을 방문하고, 4일 마지막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뒤 5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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