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까지 들여다본 '에덴', 그럼에도 별 볼 일없이 끝났다는 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8. 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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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보다는 본능, 그래서 '에덴'의 자극과 파국은 불편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형, 오늘은 저희 둘이서 여기서 잘게요. 오늘만 나가주세요." 망설이던 디모데가 애써 용기를 내서 같은 방에 배정된 호석에게 하는 말은 iHQ 연애 리얼리티쇼 <에덴>이 얼마나 자극적인 프로그램인가를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한 방에서 남녀가 혼숙을 하는 이른바 '베드 데이트'를 미션으로 부여한다. 그래서 어떤 방에는 두 사람이 들어가 한 이불을 덮고 알콩달콩 스킨십을 하며 밤을 보내지만 이 방처럼 세 사람이 한 방에 배정되어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디모데와 호석 그리고 주연이 한 방에 배정된 상황. 제작진은 '반전의 밤'이라는 또 하나의 자극적인 미션을 내밀었다. 방 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방에서 나오라는 것. 주연과 지현 사이에서 갈등하던 호석은 미칠 지경이 되었다. 마음은 지현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방에서 나가게 되면 자신에게 늘 호감을 표했던 주연에 대한 미안함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갈등하는 모습은 주연에게도 상처가 될 터였다. 갈등하는 호석을 보다 못한 디모데가 나서 오늘은 자기와 주연이 함께 지내겠다며 호석을 나가달라 요구한 이유였다.

물론 이 마피아 게임 같은 '반전의 밤'이라는 미션은 출연자들이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밤을 원하는 이와 보내느냐 아니냐가 갈릴 수 있는 긴장감은 있었다. 한 번 나오면 다시 그 방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전제를 깔아놨기 때문이다. 결국 주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밖으로 나온 호석은 그러나 의외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지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이지만, 그 방에는 이미 들어간 철민이 있어 들어갈 수 없게 되었던 것.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에 짜증이 난 호석은 욕을 하고 바닥에 물건을 딱 소리가 나게 던진 후 짐을 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못 있겠다며 숙소를 이탈한 것. 숙소 분위기는 순간 싸늘해졌다.

다행히 다음날 숙소로 다시 복귀해 호석은 최종 선택을 하는 자리에 합류했지만, 그는 순간적인 감정을 참지 못하고 했던 행동들에 대해 또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첫 출연과 함께 과거 폭행 전과가 논란이 됐고, 방송 중에도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큰 시련이 있었다"며 그 때 사건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 또 감정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연애 리얼리티쇼 IHQ <에덴>이 종영했다. 최종적으로 이뤄진 커플은 두 커플. 누구나 다 예상했던 나연, 정현 커플과 후반부에서 점점 가까워졌던 승재, 유나 커플이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향해 가는 <에덴>의 과정은 결코 설렘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아니 설렘보다는 말초적인 자극과 충격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짧은 천 쪼가리 수영복 하나씩 챙겨 입고 소개된 첫 등장부터 <에덴>의 이런 성격은 어느 정도 예고된 바였다. 선정성과 자극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것. 스펙을 밝히지 않고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설정도 그랬고, 베네핏이 주어지는 미션들이 힘 센 자가 이길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도 그랬다. 결국 <에덴>은 본능과 약육강식이라는 법칙으로 흘러가는 연애 리얼리티쇼이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제작진의 자극적인 미션들도 적극적으로 동원되었다.

iHQ라는 케이블 채널과 OTT 웨이브를 통해 소개됐지만 시청률은 0.1%(닐슨 코리아) 수준에 머물렀다. 워낙 자극적인 상황들과 논란들이 많아서 화제성은 있었지만 그건 프로그램의 화제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장면들과 선정적인 설정들 그리고 출연자 논란 같은 것들에 힘입은 바가 컸다. 결국 시청자들의 반응은 갈수록 시큰둥해졌다.

<에덴>이 그토록 높은 수위와 선정성, 자극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해진 이유는, 제 아무리 스킨십 같은 수위를 높인다 해도 연애 리얼리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하는 면이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실제로 예상치 못한 감정 변화에 의해 나연과 정현 같은 의외의 커플이 탄생했지만, 프로그램은 그 변화에 깃든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기보다는 표피적인 스킨십과 선택 등에 더 집중했다. 그래서 일부 경우에는 그러한 스킨십이 어떤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선 넘음'으로 불편해지는 지점도 있었다.

결국 <에덴>이 뒤로 갈수록 힘을 잃어버린 이유는 선정성과 자극을 지나치게 남발한 것도 있지만 정작 연애 리얼리티가 집중해야할 출연자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이 크다. <에덴>은 그래서 속이 텅 비어있는 겉껍질의 자극만 남은 관계들만을 보여줬다. 설렘이 없는 연애 리얼리티는 성공하기는 어려울 뿐더러 보는 것 자체가 불편해질 수 있는 일이다. <에덴>은 종영하며 시즌2 출연자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놨다. 하지만 시즌2에 더 큰 자극적인 설정들을 가져온다고 해도 섬세한 감정들을 담아내지 못하는 연애 리얼리티는 성공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i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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