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펠로시 대만 방문 높은 지지 여론.."불필요한 긴장 고조" 비판도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2. 8. 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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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타이페이 총통실에서 만나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을 전격 방문한 데 대해 미국 내에선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야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20여명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도 펠로시 의장의 용기와 결단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국과의 경쟁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반영된 반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의회 순방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펠로시 의장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커비 조정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최근 당 소속과 상관없이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한 것과 같은 기회를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과도 100% 일치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의회의 일이자 다른 정치인들의 방문과 동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펠로시 의장의 대방 방문 추진에 관해 “군에서 지금 당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은 환영 일색이었다.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를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우리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지지한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미 의회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방문은 우리가 약속했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부합한다”면서 대만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재확인했다.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동참하고 있다.

다른 기류도 감지됐다. 폭스뉴스는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샌더스·워런 상원의원의 침묵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국의 반발을 필요 이상으로 키움으로써 미·중 협력 가능 공간을 좁힐 수 있다는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6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핵확산, 경제적 불평등, 테러리즘과 부패 등 지구적 도전은 일국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면서 중국과 신냉전을 벌여선 안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언론에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스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부정할 수 없는 위험을 수반한다”면서도 이를 포기했다면 재앙적인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취소는 중국이 강압 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게 만들고, 향후 중국이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더욱 거칠게 행동할 유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매주 의회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고, 대만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을 강화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이 침략당하면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확약하는 등 더욱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신문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대만의 안보와 경제를 증진하는 효과 대신 온갖 악재들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핵보유국 러시아와 간접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시 핵보유국인 중국과의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부담만 가중했다고 프리드먼은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언론들은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의의를 평가하면서도 미·중 간 한층 높아진 갈등과 충돌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2014~2017년 주중 미국 대사를 역임한 맥스 보커스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은 평의원과 신분이 다르다면서 그의 대만 방문은 중국으로서는 ‘도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무리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한다고 강조해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독립 지원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보커스 의원은 또 이번 일이 결과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나약해 보이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 중국 눈에 나약하게 비쳤을 것이고, 펠로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강행한 것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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