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으려는 것 아니에요" 뿌리치는 학부모 손에 난감한 박순애

박순애 장관 2일 학제개편안 관련 간담회서
'만 5세 입학' 반발, 눈물 흘린 학부모 대표 손잡아
뿌리치는 학부모 대표에 휴지 건네기도

박순애(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가 발언 중 눈물을 보이자, 손을 끌어 잡고 달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초등 입학과 관련된 정책 간담회에서 해당 정책에 반발, 울분을 토한 학부모 대표의 손을 잡았다가 뿌리침을 당하는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장관은 손을 잡고 다독이는 모습으로 휴지를 건넸지만 끝내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 단체 대표들과 만나 만 5세 조기취학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 학제개편안 발표 후 학부모 단체와 유·초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구성되는 등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박 부총리가 학부모들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은경 평생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 정지현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 등 학부모 단체 대표 7명이 참석해 이번 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전했다.

특히 정지현 공동대표가 발언할 때 박 장관이 손을 잡아 끄는 듯한 모습이 나왔다. 정 공동대표는 "학부모단체는 (해당 정책에 대해) 공론에 부칠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보완책을 내놓아도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대책은 아이들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학제개편안을 들었을 때 이 시대에 두 번째 자녀를 출산하는 부모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눈물을 훔쳤다. 그러자 박 장관이 그의 팔을 붙잡고 손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 공동대표는 이내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불행하다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입시경쟁 완화 등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시면서... 장관님,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고 말하며 손을 뿌리쳤다. 그럼에도 박 장관은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학제개편안 철회하지 않으면 퇴진운동 나설 것"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의견 수렴을 위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등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학부모 대표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다른 학부모단체 대표들도 만 5세 조기취학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홍민정 사교육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지금도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떼셨습니까' 식의 사교육 시장 유혹이 있는데, (학제개편안 발표 후) 사교육에서 마케팅 방안을 주도면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만 5세로 취학 연령을 내려 학부모의 불안을 국가가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송성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왜 갑자기 입학연령을 낮추겠다고 하는지 모든 학부모들이 의아해한다. 주변에도 찬성하는 학부모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박 장관에 대한 퇴진운동까지 전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은경 대표는 "지금 사교육이 난리가 났다"면서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답을 내놓지 않으면 저희는 (박 장관의)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부모단체 대표들은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 정책을 철회할 수 있느냐" "모든 정책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다시 생각할 것인가" 등 재차 정책 철회를 외쳤다.

박 장관은 이에 "정책은 수정되고 변경되고 전환될 수 있다"면서 "이달 혹은 내달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정부가 할 일은 정책이 가진 본질에 대한 것을 국민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국민들이 만약에 정말로 정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