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의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 발표, 절묘한 타이밍 노렸나
(시사저널=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국민대가 재조사 8개월 만에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장이 이는 가운데 '절묘한' 시점을 노리고 지연 전략을 펼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찌감치 결론을 내고도 여름방학과 휴가철에 "표절이 아니다"고 기습 발표해 반발 여론을 최소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하계 휴가 첫 날에 김 여사 논문 재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 역시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대 교수 A씨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짧게 끝날 수 있는 것을 오래 끌었기 때문에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인가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김 여사 논문 4편에 대한) 예비조사 착수 거의 1년 만에 결과가 나왔다"며 "길게 잡아도 1개월이면 충분히 그 결과가 나올 거라고 보지만 그동안 시효 문제를 오히려 거꾸로 제기를 한다든가 조사기간이 너무 길었다"며 "결국은 거대한 힘 앞에서 정의나 이런 것들이 사라지는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민대가 김 여사의 연구부정 행위 검증 발표 시기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민대 재조사위원회는 올해 초 검증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31일 결과보고서를 완료했다. 이후 4월에 연구윤리위원회가 조사결과 심의에 착수했지만 수 개월째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 1일 오후 급작스레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교수는 "(발표) 과정이 어떤 타이밍을 잡고 있지 않았나"라며 "방학이기도 하고 개인적 추측이지만 여러가지 여론의 추이도 보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대가 김 여사 논문을 발표한 시기는 A교수가 지적한 대로 대학 방학과 휴가철이 집중되는 시기다. 더구나 국민대가 여론의 관심이 컸던 사안을 아무런 예고 없이 퇴근 시간에 임박해 보도자료 배포 형식으로 처리하고, 논문별 판정 근거나 재검증 위원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배제한 것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는 '발표 시기를 노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국민대가 보도자료를 낸 날은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첫 날이었다. 김 여사에 대한 논문검증 발표 이후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경우 윤 대통령이 어떤 형식이든 입장을 내놔야 하는데 이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총질' 파문이 있은 후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 등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을 건너뛰다가 곧바로 휴가를 떠났다.
김 여사 논문 검증 결과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됨에 따라 윤 대통령 휴가 복귀 후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 압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대 졸업생을 중심으로 학위 반납 등 집단 반발 움직임이 있는 데다 교수들도 의견 표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를 위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대학의 최종판단에 재조사위 최종보고서가 충실히 반영된 것인지 학교 당국의 정치적 입장이 관철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학교 당국은 이번 결정이 객관적이고 정밀한 조사에 근거한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재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위원 명단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대가 차후 법적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면서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생성된 점도 김 여사와 윤 대통령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연수원 23기 동기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징계 국면에서 법률 대리인으로 나서는 등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처장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의 헌법 원리에 따라 경찰 감독이 이뤄져야 하며 이번 직제 개정은 법적으로 적법한 것"이라는 이례적인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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