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틀렸다" ATM기 재판, 현실에서는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8월 3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생활을 위한 "생활백서" 시간입니다. 매주 수요일은 대한민국 특허청과 함께하는 '독특허지~ 기특허지~' 시간입니다. 요즘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인데요. 여기서 실용신안권을 놓고 다투는 사건이 나왔죠. 흔히 보기 힘든 지식재산권 소송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문 변리사의 눈으로 보면, 사실과 다른 점들이 조금 있다고 합니다. 특허사무소 공앤유의 공우상 변리사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이하 공우상): 안녕하세요.
◇ 이현웅: 변리사님은 <이상한변호사 우영우> 보셨죠?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 공우상: 네. 저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 이현웅: 일반 분들이 보시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변리사 입장으로서 드라마 보시면서 어떠셨어요?
◆ 공우상: 저는 직업이 변리사이다보니 실용신안 이슈 나올 때 매의 눈으로, 잘못된 부분과 현실과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춰서 보게 되더라고요.
◇ 이현웅: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드라마에서 은행 ATM기를 놓고 '이화'와 '금강'이란 두 회사가 다투는 에피소드가 나왔는데요. 여기서 '실용신안'이란 권리가 등장하는데 일반인들에겐 생소합니다. 실용신안이 뭔가요?
◆ 공우상: 특허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특허와 실용신안은 모두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국가가 독점권을 부여한 것인데요. 실용신안을 흔히들 '소(小)발명'이라고 하는데, 다시 말해 실용신안은 특허에 비해서 조금 더 쉽게 개발하거나 발명할 수 있는 기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즉 새로운 기술이기는 하지만 특허만큼 고도하지 않은 기술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특허받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진보성 문제 등 특허로는 등록이 조금 어렵겠다 느껴질 때 실용신안 출원으로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권리의 존속기간에 있어서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 실용신안은 10년인 점도 어떤 권리를 확보할지에 있어서 고려대상입니다.
◇ 이현웅: 드라마를 보면 실용신안을 출원한 '이화'가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금강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금강이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요. 가능한 이야긴가요?
◆ 공우상: 실제랑 조금 다른데요. 출원과 등록에 차이가 있습니다. 출원은 특허청에 권리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고요. 신청한다고 해서 권리가 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정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등록이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출원 상태에서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가처분이 인정되려면 실용신안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권리가 있고 그 권리에 기해서 침해 금지 청구권 등이 존재해야 가처분 신청을 하는 건데요. 출원중인 상태는 등록이 거절될 가능성도 있고 대부분 심사과정에서 그 권리가 어떻게 변경될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대부분 권리 범위가 많이 바뀝니다. 권리 관계도 많이 바뀌어서, 침해가 성립한다는 것은 확정된 실용신안이 있고 타인이 사용한 제품이 매칭되어야 하는데 권리의 발생조차 불확실한 상태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출원된 상태로 가처분 신청 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에피소드의) 주된 쟁점이 미국 전시회에서 공개된 제품으로 베꼈기 때문에 '이화'가 권리가 주장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화 담당자가 전시회를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이것도 가능한 얘기인가요?
◆ 공우상: 현실과는 다른 얘기인데요. 주 쟁점이 '갔느냐, 안 갔느냐' 그리고 '봤느냐, 안 봤느냐'는 논점이었어요. 특허든 실용신안이든 신규성을 판단할 때 그러한 사실은 전혀 중요한 게 아니고 전 세계에 공개된 기술과 동일한가, 아닌가 그리고 진보성을 판단할 때 전 세계에 공개된 기술로부터 당업자가 극히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가의 관점만 보거든요. 심사관 입장에서 권리를 줄지 말지의 단계에서는 공개된 제품을 알았느냐, 거기에 갔느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요. 그 기술로부터 용이하게 할 수 있느냐, 동일하냐만 판단합니다. 특허청 심사관님은 현실적으로는 그런 사실을 알기도 어렵고요. 알았다고 하더라도 특허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은 안 합니다.
◇ 이현웅: 하지만 이화 측 변호사 우영우는 전시회에서 공개된 기술과 이화의 기술이 다르다고 변론하는데요. 이렇게 두 기술 간에 차이가 있다면 어떻게 됩니까?
◆ 공우상: 우영우 변호사의 변론에 따르면 시카고 국제 엔지니어링 페어에 공개된 카세트에 대한 도면과 이화 ATM의 도면에 차이가 있다면서, 우리나라 지폐 무게와 크기가 다르니 측정장치가 미국 회사의 것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이화 ATM의 실용신안은 신규성으로 거절되지 않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는 부분이 기존이 공개된 기술로부터 차이를 극히 용이하게 도출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진보성에 의해 거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 이현웅: 작은 부분인데 판단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 공우상: 앞서 '소발명'이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실용신안이 '소발명'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있어요. 아주 고도한 기술을 요하지 않고 새로운데 당업자가 매우 쉽게 발명할 정도면 인정해 주자. 그래서 판례 자체도 '소발명'을 보호해야 된다는 취지로 나오고 있고요. 조금 새롭지만 극히 용이하지 않다면 인정해주자 이런 취지에서 판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화 ATM이 미국에서 공개된 것과 차이가 있었잖아요. 차이가 있으면 실무적으로 충분히 실용신안 등록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 이현웅: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반전이 있죠. 이화의 카세트와 외관부터 설계까지 동일하면서, 더 먼저 제작된 '리더스'의 카세트가 발견됐는데요. (없어진 회사인) '리더스'가 먼저 실용신안을 출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 공우상: '리더스'와 '이화' 간에 신규성 문제가 도출됐어요. 만약 '리더스'가 동일한 것을 먼저 개발하고 먼저 실용신안 출원했다면 먼저 신청하고, 등록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리더스'가 실용신안 권리를 보유하게 되었다면, 이후 이를 따라한 이화 ATM과 금강 ATM 회사의 경우 리더스 측에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죠. 오히려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고, 라이선스를 주고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에요. 리더스가 제품을 만들고 실용신안 권리를 신청하지 않은 것 자체가 가장 큰 실수로 보여지는 대목이고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냈다면 실용신안, 특허를 고려해서 출원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이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 이현웅: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공우상 변리사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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