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양키는 집으로"..펠로시 방문에 엇갈리는 대만
미국·대만 관계 '상징적 의미' 긍정적 여론도
'보복성 경제 제재'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맞이한 대만의 표정이 복잡하다. 대만 사회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양안관계를 악화하는 요인이면서 미국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으면서 대만 시민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우려가 상승했다고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문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대민 시민들은 무력 충돌 위협을 체감하지 못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펠로시 의장 방문이 화두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상황이 달라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대만의 뉴스 설문에서 응답자 3분의 2가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또한 라디오 토론에서는 전쟁 시 대피 방법까지 거론됐으며 청취자들이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에 맞춰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던 타이베이 그랜드하얏트 호텔 바깥에서는 ‘전쟁광’ ‘양키 고 홈(미국인은 집으로 돌아가라)’ 등 팻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타이베이 시민 블래어 로는 “대만 정부가 현상 유지를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나와 주변 연장자들은 전쟁을 두려워한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중국은 이미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고 펠로시 의장에 경고한 바 있으며, 그가 대만 방문을 실천에 옮기자 이달 4~7일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 실사격 훈련을 예고했다.
반면 미 최고위급 인사가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것 자체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중국과의 무력 분쟁 가능성을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대만으로선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상징적 의미’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및 양안관계 전문가 웬티성 호주국립대 연구원은 “대부분의 대만인은 기뻐할 것이다. 이는 미국·대만 관계의 중요한 신호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초강대국이 대만의 민주주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2일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아울러 “대만에 이러한 상징적 제스처는 공식적인 관계가 없는 상황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대만 관계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항으로 환영을 나간 이들은 ‘펠로시 사랑해요’ ‘대만은 중국이 아니다’ 등 팻말을 들고 펠로시 의장을 맞았다. 대만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마천루 세계금융센터(타이베이 101)에는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을 환영합니다’ ‘대만♡미국’ 등 메시지가 영어로 표기됐다. NYT는 “많은 대만인들이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쟁을 우려하거나, 거절할 수 없으니 방문을 허락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찬성한 건 아니라는 등 대만 시민의 다층적인 반응도 포착됐다.
대만으로선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정한 상황에 처했다. 대만의 주권을 더 강한 어조로 요구하는 미국, 최대규모 거래국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안정을 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3일 대만산 식품·감귤·어류 등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으며, 대만에 천연모래 수출도 잠정 중단했다. 펠로시 의장 방문에 대한 보복성 경제 제재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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