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권력 3위' 펠로시, 대만 도착..미·중, 패권경쟁에 불 붙었다

최서윤 기자 2022. 8. 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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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권력 서열 3위'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긴장 고조
양국 유지하는 '현상', 대결 구도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 될 듯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해지고 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결국 2일(현지시간) 밤 대만 타이베이 땅에 발을 딛으면서 미·중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공화당 뉴트 깅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인사가 됐다. 미국에서 하원의장은 권력 서열 3위의 중직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 방중 이후 '최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은 1979년 미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계기가 됐다.

◇美, 中과 수교 이래 '최악 긴장'…충돌 불안 고조

CNN은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이 앞으로 미중 간 추가 갈등 소지가 있는 더 큰 관계 불안을 야기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대만에서의) 미중 전쟁 촉발 가능성'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중국의 격렬한 반발 속 방문한 대만의 타이베이 의회에 도착하며 취재진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펠로시 의장을 단장으로 한 미 하원 대표단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대만 방문 의미에 대해 "대만의 활발한 민주주의를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확고한 의지"라고 표현했다.

민주주의는 미국이 표방하는 대표적인 서구의 가치이자, 오랜 기간 중국에 채택을 설득해온 정치 체제다.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는 대만은 물론, 넓게는 홍콩부터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서구가 중국을 비난해온 판단 기준이기도 하다.

펠로시 의장은 개인적으로도 톈안먼(천안문) 사태 등의 국면에서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중국에 강한 비난 메시지를 내왔다. 민주주의는 대만이 중국의 권위주의 그림자에 맞서 필사적으로 보존하는 삶의 방식이며, 펠로시 의장 자체가 민주주의 상징이라고 CNN은 강조했다.

그간 중국은 현상 유지(status quo)라는 대외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애써 피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핵심 이익' 침범만큼은 직접 충돌을 불사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핵심 이익 중 하나가 바로 대만을 언젠가는 통일할 영토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다.

3일 중국의 공산당 매체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이 도둑과 같이 대만을 방문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중국은 이 사건의 성질이 얼마나 악랄한지와 결과가 얼마나 엄중할지에 대해 거듭 경고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이를 묵살했고 미국은 효과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대만해협의 형세는 또다른 긴장과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어떤 국가도 외부 간섭 세력과 내부 분열 세력의 공모로 주권과 안보, 영토 보전을 해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하물며 중국과 같은 강대국은 더욱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어떤 반격 조처를 하는 것은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며 주권국가로서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도 대만 정책이 변화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중국의 군사 도발을 최대한 자제시키려 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NBC방송에 출연, 중국은 상황 화대를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중국에서 '한 방' 그 이상"이라며 "미 최고위 정치인 한 명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과업을 무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조 바이든(왼)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일단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이 당장의 무력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재확산 문제와 경제 성장 속도 둔화 등의 골칫거리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중국과의 직접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소통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이 어떤 위기나 갈등으로 비화하길 원치 않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향후 며칠 내지 몇주간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중국의 행보와 관련해 미 공영 NPR 라디오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은 군사력 확대를 과시하면서도 도발은 피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호주 국립대 웬 티 성 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이번 사태를 방치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약해 보일 위험이 있지만, 동시에 시 주석은 정말로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안정에 최대 위험이 될 전쟁 옵션은 정말로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미 대사를 지낸 로버트 데일리 우드로윌슨센터 키신저 연구소장은 "이번에 미중이 대결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며 미중관계가 "대립에 조금 더 가까워진 새로운 기준선에 세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이 애써 직접 충돌을 피하며 유지하는 '현상' 자체가 대결 구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로 남을 것이란 평가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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