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美의장, 대만 이어 오늘 한국行.. 방한 메시지 주목
北 비핵화·인권 거론 가능성.. '중·러 견제' 관측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중국 당국의 거센 반발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민주당)이 이어지는 우리나라 방문에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펠로시 의장이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함께 북한 비핵화 및 인권 신장 등에 관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3일 오후 대만 방문을 마치고 1박2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펠로시 의장과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경제협력과 △기후위기 등을 주요 의제로 회담한 뒤 그 결과에 대한 공동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오찬도 함께할 계획이다.
미국의 '국가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한은 그가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2015년 4월 이후 약 7년4개월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대만,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으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섰다.
외교가에선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한이 각국과의 의회 차원 교류를 넘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역내 패권 경쟁 속에 진행 중인 '동맹국 공조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이 중국 당국과 '독립'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을 방문한 직후 우리나라를 찾는 만큼 이번 방한 과정에서도 미중관계나 중국과의 갈등 현안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또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도 함께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
펠로시 의장이 2일 오후 미 정부 전용기편으로 대만에 도착한 직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엔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에 직면한 시기에 이번 순방을 시작했다"며 "미국과 우리 동맹은 결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게다가 펠로시 의장은 중국과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도 평소 큰 관심을 보여 왔단 점에서 김 의장과의 회담 등을 통해 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펠로시 의장은 앞서 2019년 2월 우리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젠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로시 의장은 당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을 비무장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8년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에 앞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유예'를 선언하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폐쇄'해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으나, 올 들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데다 핵실험장 내 지하 갱도(3번 갱도)까지 복구까지 마쳐 현재 제7차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를 모두 끝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이 이번 방한에서 올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과 관련해 그 '불법성'을 규탄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계속 관심을 갖고 대응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선 국제사회의 공통 목표인 '북한 비핵화'와 함께 개인 어젠다에 준할 정도로 중요한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펠로시 의장이 미 입법부 수장으로서 방한하는 만큼 김 의장과 만나서는 큰 틀의 '가치'를 논의하고, 그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해 한미가 협력할 수 있는 법제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박2일간의 짧은 방한 일정 동안 일단 김 의장과의 회담 외에 다른 주요 당국자들과의 '공식' 면담은 예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의 방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겹쳤다"며 "그래서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 또한 4~5일 이틀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3일 오후 출국할 예정이어서 일정상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이 불가능하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 주요 인사와 펠로시 의장 간의 '비공식'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들러 장병들을 격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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