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업주 폐업 후 부당해고 구제신청한 노동자, 구제 못 한다"

김희진 기자 2022. 8. 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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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 폐업 등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끝난 경우라면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의 이익’이 없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법적인 근로자 지위가 사라졌기 때문에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받아낼 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군부대 미용사로 일한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8월 육군 B사단에 간부 이발소를 열기로 했다. 사단장과 1년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8월까지 두 차례 갱신을 한 후 무기한으로 근로계약을 바꿔 맺었다. 2018년 4월 사단 측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이발소 폐쇄를 결정했다. A씨는 해고됐고, 이발소는 그해 5월 문을 닫았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사업장이 없어져 구제의 이익이 소멸했다”며 각하됐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재심 신청을 기각하자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부당해고 구제신청 ‘이전’에 폐업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게 된 경우에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신청할 이익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자의 구제신청 ‘이후’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사업장이 없어지거나 정년을 맞아 근로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게 된 경우라도 구제 신청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노동자가 부당해고 시점부터 정년·폐업 때까지 임금을 청구할 수 있고 해고 무효 소송도 낼 수 있으므로 노동당국이나 법원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이발소가 폐쇄됐더라도 A씨에게 구제의 이익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당시 이미 폐업이나 정년 등 사유로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돼 근로자 지위가 소멸한 경우, 이에 따라 부당해고에 관한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도 함께 소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폐업 시기가 A씨가 제기한 구제 신청일보다 앞서는지 여부 등을 심리해 A씨에게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는지 판단했어야 했다”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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