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 속 공론화장 나온 만5세 입학..사실상 '출구전략'?
출범도 못한 국가교육위에 '이목'..국가 중장기 정책 역할론 커져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이도연 기자 = 교육부가 각계의 거센 반발 속에 초등학교 만 5세 입학에 대한 공론화 절차에 나섰다.
반대 여론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신속 강구'를 지시하고 박순애 부총리가 직접 추진을 발표했던 학제 개편 카드를 며칠 만에 곧바로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을 사실상의 '출구전략'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 5세 취학은 반대 우세…공론화 거쳐 '공교육 강화' 선회할 듯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공론화 등 후속 절차를 검토한다.
박순애 부총리가 이미 밝힌 대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전문가 정책연구를 비롯해 이해집단 의견수렴과 지역별 공청회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발표 직후부터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미 만 5세 입학에 대해서는 설문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게다가 입학연령 하향과 같은 학제개편은 앞선 정부들에서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무산되는 과정에서 이미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 방안' 보고서에서 만 5세 입학에 대한 심층분석을 하며 대규모 설문조사를 했다.
연구진이 외부 업체에 위탁해 대학생 1천200명, 30∼60대 성인(학부모) 1천55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는데 '아동의 발달 속도가 빨라진 만큼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춘다'는 문항에 모든 연령대별·거주지역별·유형별로 반대 의견이 62∼73%를 기록했다.
그간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을 위해 대국민 설득 과정을 거친 적이 없고, 사회적으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된 적이 없으므로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미 학부모들 사이는 물론 교육계를 넘어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친 사안인 만큼 박 부총리 입장에서는 '즉각 철회' 카드를 쓰기가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만 5세 취학 방안을 '신속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발표했던 점,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있다는 점, 박 부총리가 여전히 전문성과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점 등도 정책을 즉시 철회하는 데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유아교육 강화 등 그간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끝내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에서 만 5세 입학을 포함해 유보통합, 유아교육 강화, 미래사회에 걸맞은 학제 등 다양한 공교육 정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새로운 대안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출범 난항…위원 21명 중 5명만 구성
학제 개편의 공론화 창구로 거론된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론도 커지고 있다.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미래교육 비전을 제시하는 기구다.
박순애 부총리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으로서 국가교육위 당연직 위원인 조희연 교육감은 2일 "이제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모인다"며 "(교육부가 학제개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만족하고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교육위에서 새롭게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교육위가 아직 위원 구성도 마치지 못해 출범조차 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국가교육위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심의·의결, 공포돼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21일 출범해야 했다. 그러나 위원 구성부터 직제 마련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위원 21명 중 현재 정해진 자리는 당연직으로 포함되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추천한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추천한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대구보건대 총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추천한 조명우 사무총장 등 5명이다.
나머지 16명 중에서는 5명이 대통령을 지명해야 하고 국회가 9명, 교원 관련 단체가 2명을 추천한다.
이 중 교원단체 몫의 경우 교육부가 교원 단체 14곳 모두에 추천 요청서를 발송했고 이들 단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등 3곳의 협의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3개 단체는 조합원(회원) 수 확인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교육부에 3개 단체 간 협의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다시 교육부가 이들 단체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교원단체들은 "교육부가 중재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해달라"라는 공문을 주고받은 상태다.
위원장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교육부가 학제 개편을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교육위원회가 아직 출범도 못 한 상태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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