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메시아, 가슴 뜨거운 감동의 공유"

2022. 8. 3. 11: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합창단장 박종원, 바리톤 강주원 인터뷰
'수박 한조각 든 헨델' 포스터부터 파격
정형성 깬 신선한 시도 이미 전석 매진
메트오페라 강주원·최정상 성악가 총출동
"서울시합창단 객원 출신..마음의 고향"
조화의 감동과 음악의 즐거움 만날 무대
박종원(왼쪽) 서울시합창단장과 바리톤 강주원. 임세준 기자

광화문역 1번 출구 앞,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벽면엔 무수히 많은 공연 현수막이 걸린다. 그 중 익숙한듯 낯선 얼굴 하나가 눈에 띈다. 한여름에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단골 손님’.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다. 넓은 이마 위로 선글래스를 얹고, 수박 한 조각을 들고 있는 헨델에겐 이곳이 휴양지였다. 포스터는 ‘클래식 공연’의 정형성을 깼다. 그 흔한 지휘자와 성악가 얼굴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이런 포스터는 외국에서도 쉽지 않은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예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가수인 바리톤 강주원은 8년 만의 고국 무대 공연 포스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헨델이 수박을 들고 있는 포스터가 이번 음악회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며 “음악 자체를 순수하게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1978년 4월생.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다. ‘시간의 나이테’가 주는 고정관념은 꽤 강력하다. 어지간해선 넘어서기도 쉽지 않다. 올해로 창단 44주년이 된 서울시합창단은 클래식의 엄숙주의를 뛰어넘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고정관념을 깬 레퍼토리는 한여름에 울려 퍼진다. 공연의 이름도 ‘한여름의 메시아’(8월 9~10일, 세종문화회관)다. ‘과감한 선곡’과 ‘파격 행보’는 이미 통했다. 이틀간의 공연은 진작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구태의연함을 벗고, 새로움을 시도”해 “관객들과 호흡”(박종원 단장)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최근 만난 박종원 서울시합창단 단장은 “‘메시아’는 성탄절에 연주하는 것이 전통이지만, 종교적인 관점이 아닌 예술작품으로의 가치를 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지난 2월 취임, 박종원 단장 체제로 접어든 서울시합창단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실력 있는 성악가를 소개”하고, “서울시합창단의 역량을 보여주며, 합창의 대중화를 시도”하는 무대다.

‘한여름의 메시아’에선 최정상의 성악가들이 함께 한다. 바리톤 강주원을 비롯해 카운터테너 정민호, 테너 김세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협연자로 나선다. 박 단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좋은 성악가,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성악가들을 한국 음악계에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솔리스트 중엔 서울시합창단 단원도 있다. 소프라노 허진아가 그 주인공이다. 오디션을 통해 뽑혀 솔리스트로 무대에 서게 됐다. 박 단장은 “서울시합창단 단원 중엔 기량이 뛰어난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외부에 계신 성악가들의 기량만큼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했다. 바리톤 강주원에게 서울시합창단과의 이번 무대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2014년 국립오페라단의 데뷔 무대인 ‘천생연분’ 이후 두 번째 한국 무대다. 사실 서울시합창단은 강주원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대학 졸업 이후 서울시합창단에서 6개월 가량 객원 단원으로 일한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이모인 소프라노 진화신이 서울시합창단의 단원이기도 하다.

“서울시합창단은 프로 합창단과 함께 한 제 인생의 첫 무대였어요. 제 기억 속에 서울시합창단은 늘 한국 최고의 합창단이었죠. 어릴 때부터 세종문화회관에 서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할 수 있게 돼 꿈만 같아요. (웃음)” (강주원)

오랜만의 만남인 만큼 각오 역시 남다르다. 강주원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라 연주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쉬운 곡은 아니”라며 “도전이 많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시대에 가장 취약한 클래식 장르인 합창 무대를 선보이는 단원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습에 한창이다. 박 단장은 “마스크를 끼고 죽어라 연습하고 있다”며 웃었다.

“연주회에 대한 단원들의 기개와 각오는 대단해요. 어떤 일이 생겨도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는 생각이에요.” (박종원 단장)

‘메시아’의 음악적 가치를 다시 보여주는 공연인 만큼, 2시간 40분 짜리 전곡을 두 시간 분량으로 줄여 연주회 형식으로 선보인다.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음악회를 벗어났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선 ‘싱어롱 합창’도 계획하고 있다. 박 단장은 “두 시간 동안 합창 음악을 듣다가 ‘메시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할렐루야’를 함께 부를 때 모두에게 좋은 기억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주원은 공연에서 ‘나팔이 울리리라(The trumpet shall sound and the dead shall be rais’d )‘를 부른다. 그는 “인간의 목소리와 인간이 만든 훌륭한 악기인 트럼펫의 소리가 서로 경쟁하다가 조화를 이루는 음악적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한여름의 메시아는 서울시합창단의 강점과 지향점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단장이 지난 6개월간 지켜본 서울시합창단은 “음악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음악가들이 모여있는 단체”이자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단체”다.

“우린 최고의 합창단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음악은 스포츠가 아닌 예술이기에, 예술적 경지를 잘 표현하는 합창단, 그래서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합창단의 길을 가고 있어요. 우리가 느낀 감동의 메아리를 공유하는 것, 서울시합창단이 추구하는 합창이에요.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고요. 이번 연주회를 통해 관객들 역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박종원 단장)

“좋은 소리를 가진 수많은 성악가들이 자신을 죽이고 다른 목소리와 조화를 이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는 것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어요. 그 감동과 음악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강주원)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