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앱으로 둔갑한 보이스피싱 앱'..수거책 검거 도운 시민 표창

기사내용 요약
시중 은행·시티즌 코난 앱, 진짜처럼 속여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유도

[수원=뉴시스] 피싱지킴이로 선정된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원 안내로 설치한 악성 앱 사례. 2022.08.03. 2022.08.3.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제 휴대폰이 다 통제되더라고요.”

회사원인 A(48)씨는 지난 4월 자신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겪은 일만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찔하다.

A씨는 대환대출을 명목으로 은행 팀장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에게 전화가 걸려와 통화를 나눴다.

이를 통해 B씨에게 대환대출을 받던 중 휴대전화로 APK 설치파일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APK 확장자 앞에는 ‘○○저축은행 어플리케이션’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단순히 해당 금융사에서 만든 어플리케이션인 줄만 알고 이를 눌러 설치하자 휴대전화에 ‘○○저축은행’, ‘시티즌코난’ 등 2개 앱이 깔렸다. 시티즌코난은 경찰청 공식 보이스피싱 탐지앱이다.

그런데 해당 앱은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이 A씨를 속이기 위해 만든 ‘가짜 앱’이었다. 이를 설치하자 기존 대출은행 팀장을 사칭한 C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C씨는 A씨에게 “타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해 부정금융거래에 등록돼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해 악성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로 금융감독원에 문의 전화를 걸었고, 이를 연결받은 상담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부정금융거래가 맞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C씨는 A씨에게 “본인 자금으로 대환하면 부정금융거래가 없어진다. 사람을 보낼테니 현금을 전해주라”고 안내했다. 이 순간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자신이 접해왔던 사례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은 A씨가 B씨로부터 받은 파일을 통해 설치한 악성 앱을 삭제하자 더욱 증폭됐다. 이를 지우자 곧바로 B씨에게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수원=뉴시스] 피싱지킴이로 선정된 A씨가 현금수거책을 유인하는 장면. 2022.08.03.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씨는 ‘시티즌코난’ 공식 앱을 검색 후 설치해 악성 앱 탐지기능을 실행한 결과, B씨 지시대로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이 모두 스미싱 앱인 점이 확인됐다. 악성 앱이 없는 동료의 휴대전화로 금융감독원에도 문의한 결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D씨를 유인하는 기지를 발휘해 약속장소에서 기다렸다가 D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112에 즉각 신고했다. A씨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D씨를 붙잡아두기 위해 “가져온 돈이 부족해 동료에게 부탁해 돈을 갖고 오라고 했다”는 이유를 대면서 출동한 경찰관이 검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자신이 의심하지 않으면 속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으면 두 번 의심해보고, 안 되면 열 번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시티즌코난’을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여주경찰서는 이러한 공로를 세운 A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검거보상금을 수여했다. 피싱지킴이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과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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