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與 위기 근원은 '엘리트주의 오만'

기자 2022. 8. 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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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한미동맹 확장과 탈원전 폐기

보수 선호 정책 다수 추진 불구

여론 환경 열악해 지지율 급락

국민은 정부에 따라야 한다는

권위의식 젖어 적대 여론 방치

人事 혁신이 위기 극복 출발점

위기 불감증이란 지적을 받아온 여권이 위기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휴가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도 지방행을 접고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3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것은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량적 표현인 지지율은 자칫 위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여론 환경은 열악하다. 윤 정부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보 진영은 국정 본질과 무관한 실책과 실수에도 무차별적인 공세를 퍼붓는다. 선제적으로 프레임을 짠 뒤 감성을 자극할 포인트를 정확하게 찾아내 집요하게 공격한다. 겸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통령이 처음이라서’라는 발언을 오만의 상징으로 만드는 식이다.

보수 진영은 ‘이재명 당선 저지’ 외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재명 당선 저지’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훼손된 국가 정체성과 왜곡된 국정 기조와 잘못된 정책 방향을 원상회복하라는 엄청난 요구가 깔려 있다. 이런 괴리에 초조하고 답답해진 보수들은 성과를 기다리지 못한 채 실망하고 지지를 철회했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보수 진영에 평가받을 정책을 다수 추진해 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금융, 기술 등 전방위로 동맹의 개념을 확장했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사드(THAAD) 등 3불 원칙 이행 요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훼손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했고 신한울 3·4호기를 조기 발주하는 등 원전 생태계 복원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 중이다. 징벌적 성격으로 왜곡된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하고 법인세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재조정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문 정부 5년간 방만 경영이 극에 달했던 공공기관의 개혁에도 착수했다.

청와대 개방은 지난 7월 29일 기준으로 방문객 140만 명을 기록했고 방문객의 89.1%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도어스테핑은 양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파격적 소통 시도다. 취임 82일을 맞는 지난 7월 30일 현재 무려 33회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카메라 앞에서 직접 질문을 받거나 설명한 횟수가 19차례에 불과했다.

결국, 위기는 정책이나 국정운영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위기의 본질은 적대적 여론을 방치한 인식과 태도다. 윤 정부는 국정 기조와 정책을 관료와 전문가들의 보고서용 단어로 발표했다.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일을 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하면 국민은 따르면 된다는, 권력에 대한 구시대적 권위의식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나 취학 연령 만 5세 하향 등의 정책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절차 없이 발표되고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퍼펙트 스톰 위기에 불안해하는 국민 앞에서 권력투쟁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엘리트주의의 오만도 작용했다. 자신들이 인정하는 사람만이 능력 있고 엘리트가 추진하는 정책은 옳다는 생각이다. 정치적 배려 없이 능력만 보겠다는 주요 직책 인사가 검찰 출신 등 자신이 알고 있는 인물들의 집중 발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진보 진영의 이념 편향과 선민의식과 내로남불이 보수 진영의 버전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에서 나오듯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이나 권력의 향배를 판단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은 옳더라도 추진해선 안 되고 추진될 수도 없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더라도’ 국민에게는 충성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 극복도 이런 인식과 태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출발점은 역시 인사 혁신이다. 인사는 국민에 대한 인식과 소통의 가장 상징적인 표현이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짧은 재임 기간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통하는 논리고 국민에게 오만과 아집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국정 홍보가 대국민 서비스의 핵심이자 마무리라는 발상의 전환과 시대 변화를 반영한 홍보 방법의 혁신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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