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팬덤 없는 대통령의 생존법

오남석 기자 2022. 8. 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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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콘텐츠부에 배속돼 '숫자의 노예'로 살아온 지 석 달째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조회된 문화일보 기사 집계를 보면, 윤 대통령이 주인공인 기사 가운데 일별 조회수 상위 20위 안에 든 것은 27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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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디지털콘텐츠 부장

디지털콘텐츠부에 배속돼 ‘숫자의 노예’로 살아온 지 석 달째다. 기사의 누적 조회수는 물론 시간당, 심지어 분당 조회수까지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이곳은 기존에 체득한 문법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당연하게도 조회수와 열독률 지표는 어떤 기사를 쓸지, 어떤 기사를 독자의 눈에 잘 보이는 자리에 배치할지, 그 기사를 얼마 동안 노출시킬지 등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아직은 낯선 이곳 생활에서 품게 된 의문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기사는 왜 이렇게도 안 읽히는가’였다. 모든 정권의 출범기에 그랬듯,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도 언론에선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임기 5년의 국정 운영 방향과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시기인 까닭이다. 적어도 당선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취임 6개월에 이르는 약 8개월의 시간 동안만큼은 ‘대통령이 숨만 쉬어도 1면 톱’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기사 영역에서 윤 대통령은 예외인 듯하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조회된 문화일보 기사 집계를 보면, 윤 대통령이 주인공인 기사 가운데 일별 조회수 상위 20위 안에 든 것은 27건이었다. 매일 20건씩 31일 동안 집계한 620건의 기사 가운데 4.4%다. 하루 평균 1건이 안 된다. 일별 조회수 상위 10위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16건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의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섬)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범위를 넓혀 5월 10일 대통령 취임일부터 7월 31일에 이르는 83일 동안의 집계를 봐도 윤 대통령이 주인공인 기사 가운데 일별 조회수 상위 20위 안에 든 것은 65건(3.9%), 이 중 상위 10위 안에 든 것은 33건(2.0%)에 불과했다. 여기서 편집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고의 뉴스메이커인 윤 대통령 기사를 밀고 나갈 것인가, 조회수 높이는 데 유리한 김건희 여사 기사를 찾아볼 것인가.

이런 ‘웃픈’ 현실은 윤 대통령이 ‘팬덤(fandom) 없는 정치인’이라는 분석이 헛말이 아님을 확인해 준다. 윤 대통령에게는 무슨 일을 벌이든, 결과가 어떻든, 한결같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강고한 지지층, 다시 말해 추앙자가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팬덤 정치인이랄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기사는 같은 기간 상위 20위 안에 39건(2.4%), 상위 10위 안에 29건(1.8%) 포함됐다. 압도적으로 기사가 많았던 윤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어떻게 취임 100일(8월 17일)도 안 돼 국정 운영을 위한 최저선(30∼35%)보다도 낮은 28%(한국갤럽 7월 4주차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악플보다 더 나쁜 게 무플’이라는 말처럼, 기사가 안 읽힌다는 것은 곧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추락을 멈추고 다시 비상해야 할 윤 대통령은 이처럼 추앙자 없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마치 강력한 팬덤과 조직 기반을 갖춘 기성 정치인처럼 행세한 게 지금의 위기를 낳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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