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고시원 살면..'에너지 바우처'는 무용지물

지건태 기자 2022. 8.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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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지난 한 달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에너지 취약계층은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선풍기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설계가 촘촘하지 못한 탓에 실제 혜택을 받는 이용자는 전체 대상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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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층 전기료 지원 취지 불구

개별고지서 없는 탓 사용 못해

예외 증빙도 복잡…신청 포기

대상 150여만 가구중 절반 발급

“현실적 지원방안 마련을” 지적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지난 한 달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지만 에너지 취약계층은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선풍기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설계가 촘촘하지 못한 탓에 실제 혜택을 받는 이용자는 전체 대상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를 받는 취약계층에 전기나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주거와 교육급여를 받는 저소득 가구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소득이 없는 65세 노인 또는 6세 미만 영유아가 있는 가구나 한부모가족과 소년소녀가정도 에너지 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다.

거주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 에너지 바우처를 신청하면 1인 가구는 연간 13만7200원, 4인 이상 가구는 최대 34만7000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전기요금에서, 10월 1일에서 이듬해 4월 30일까지는 전기·가스·지역난방 요금 중 1곳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중 상당수는 에너지 사용 요금 차감의 근거가 되는 별도 고지서가 없어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발급받은 에너지 바우처조차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최근 2년간 에너지 바우처 발급 가구는 2020년 66만1000가구에서 2021년 77만6000가구로 늘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154만1812가구(6월 말 현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전기·가스·지역난방 요금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다가구 주택 거주자거나 고시원, 쪽방촌같이 관리비만 내는 월세 세입자여서 요금 정산에 필수적인 별도 계량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 동구의 한 주민자치센터는 지난 5월 25일부터 에너지 바우처 올해 지급분을 신청받고 있지만 7월 말 현재 전체 대상 가구의 0.5%인 17가구만 신청했다.

이곳 주민센터 담당 직원은 “대상 가구에 일일이 전화와 문자로 에너지 바우처 신청을 독려하고 있지만 에너지 바우처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많아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바우처 사용이 불가능한 취약계층의 경우 주거 환경에 관한 증빙 자료를 첨부해 거주지 주민센터에 예외지급을 요청할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임대인 동의를 필요로 하는 때도 있어 실제 신청자 수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에너지 바우처를 현금으로 환급받은 예외지급 신청자는 전체 755가구에 불과했다. 지영일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사업이 ‘생색내기’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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